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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폴짝] 위험한 운하, 쓸모없는 운하

낙동강을 찾아가며 동무들에게 띄우는 편지

잘들 지내삼? 어제 방학하고 처음으로 학교에 갔었어. 학교에 있으니 역시 그대들이 생각나더라구. 방학해봤자 학원이랑 집만 왔다갔다 할 거라며 시무룩하던 예진이는 정말 시무룩한 방학을 보내고 있는지, 방학하면 늦잠 잘 수 있다고 완전 좋아하던 태중이 얼굴도 떠오르면서, 다들 어찌 지내나 궁금~

나는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습지 기행을 떠나. 해마다 겨울이면 우리나라 방방곡곡 습지(논이나 강변, 갯벌 등 물기가 많아 축축한 땅)를 찾아가, 그곳의 생명/자연과 만난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여러 곳을 살피고, 그곳에 살고 있는 새들과 생명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야. 벌써부터 두근두근 설레어.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묵직하기도 해. 바로 한반도 대운하 때문이지. 한반도 대운하랑 습지랑 무슨 상관이냐고? 내 얘기 들어보면 끄덕끄덕, 이 마음을 이해할 거야.

시끌벅적, 도대체 한반도 대운하가 뭐냐구?

요즘 우리나라는 한반도 대운하 이야기로 들썩들썩, 시끌벅적 난리야. 이번에 대통령이 된 이명박 아저씨가 내세운 약속은 바로 경부운하를 짓겠다는 거였어. ‘경부’는 서울과 부산을 뜻하는 한자말인데, 우리나라 위아래를 잇는 운하를 만들겠다는 거야. ‘운하’는 무언가를 배로 나르기 위해 만든 물길을 뜻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안 나왔지만 낙동강이랑 한강을 잇겠다는 거야. 중간에 산이 있으면 터널을 뚫고 땅을 파서 말이지. 이 계획이 지금은 더 커져서, 전라도에 있는 영산강이랑 금강도 이어 호남운하도 만들겠다고 해. 그래서 경부운하랑 호남운하를 합쳐 지금은 ‘한반도 대운하’라고 부르고 있어. 나중에 통일이 되면 북한까지 운하를 만들겠다는 말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

한반도대운하를 알리는 홈페이지(www.woonha.org)에서 퍼왔어

▲ 한반도대운하를 알리는 홈페이지(www.woonha.org)에서 퍼왔어



몇몇 사람들은 나라 경제가 발전할 거라며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찬성하고 있어. 물길(운하)을 이용해 물자를 운반하면 자동차로 운반하는 것보다 대기오염도 줄이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고도 해. 게다가 땅을 파고 터널을 뚫고 댐을 만들어야 하니 뚝딱뚝딱 건설을 시작하면 일자리도 많아질 테고, 물길 주변에 관광 시설을 만들어 관광산업도 발전하면 경제가 살아날 거래.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에 있는 운하를 소개하며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도 운하를 만들자는 거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나하나 조목조목 살펴보자구!

모두들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이유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주위에 바다가 없거나 땅이 너무 커서 아주 옛날부터 강의 물길(운하)이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대. 10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하를 만들기 시작했다는군. 하지만 지금은 물길을 따라 배로 물자를 운반하는 게 속도도 너무 느리고 수질 오염도 심해 점점 감소하고 있대.

이제는 모두들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젓는 일인데, 이명박 아저씨는 그걸 신통방통 요술방망이인 양 시작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특히 우리나라는 강줄기가 꼬불꼬불해서 배가 쌩쌩 달릴 수 없는 형편이야. 게다가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바닷길을 이용하면 되는데, 굳이 강에다 배를 띄워 물자를 실어 나를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이명박 아저씨에게 한반도 대운하를 떠올리게 한 독일의 RMD 운하는 171km로 만들어지는 데에 무려 30여 년이 걸렸대. 그런데 이명박 아저씨는 세 배나 되는 530여km의 경부운하를 만드는 데 4년이면 충분하다고 얘기하고 있어.

물이 오염될 위험도 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대기오염이 줄어드는 건 확실하겠지만 대신 강물이 오염될 수 있는 거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마시는 물을 얻는 강에다 운하를 만든 곳은 없대. 배가 지나간 물은 배에서 나온 기름 때문에 마실 물로 걸러낼 수 없다는 거야. 독일이나 프랑스는 사람들이 마시는 물의 90%가 지하수래. 강물은 마시는 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 나라들에서는 강을 물길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거지.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약 80% 이상의 사람들이 강물을 정화해서 마실 물로 이용하고 있대. 한반도 대운하를 짓겠다는 낙동강이랑 한강 물을 걸러서 사용하는 사람이 3천만 명이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한반도 대운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는 거야! 배를 띄우기에 물의 깊이가 너무 얕아 강바닥을 파헤치거나 산에 터널을 뚫는 일 때문에 이 땅과 자연도 시름시름 앓게 되겠지. 물의 깊이를 조절하느라 댐을 만들다 보면 그 바람에 집을 잃는 사람의 수도, 홍수가 일어날 위험도 커지게 돼.

반짝 경제가 아니라 행복한 미래를

물론 당장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니 경제가 반짝 발전하는 것처럼 느낄지 몰라.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건설에서 생기는 일자리가 과연 우리 모두를 살리고 행복하게 하는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돈이 최고, 경제가 우선이라지만 그래도 돈과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다시 살 수 없는 자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해. 또 쓸모없는 공사를 하느라 어마어마한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그 돈으로 사람들이 자기 적성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거야.

내일 떠나는 습지기행에서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낙동강이야. 겨울이면 수많은 새들이 찾아오는 곳이지. 그 새들을 만날 생각에, 수많은 생명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며 오랫동안 흘러온 낙동강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정말 무거워. 뭇생명을 보듬고 있는 아름다운 이 땅을, 돈 때문에 사람들이 파헤치고 뚫고 댐을 만들고 배를 띄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야. 왜냐하면 이 땅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거든!

뉴스나 신문에서 한반도 대운하(경부운하)에 대해 많이 들었을 텐데, 내 편지가 좀 도움이 됐을까 궁금한 걸~
더불어 살고 있는 뭇생명과 아름다운 이 땅을, 돈/경제밖에 모르는 어른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될 거야. 정말 정말!!!

그럼, 남은 방학 잘 보내삼~ 수많은 생명들 어우러져 또 다른 세상을 이루고 있는 습지에 잘 다녀올게~ 다녀와서 많은 이야기 전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