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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폴짝] 학생으로 산다는 것 - 중학생 되어보기

근심거리 되기?

요즘, 우리 엄마는 아주 근심이 많으세요. 신문과 티비 뉴스를 보시면서 눈에 힘을 주었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세요. 아파트 복도에서 만난 옆집 동철이 엄마랑도 심각하게 이야길 하세요. 고교평준화, 특목고, 3불 정책, 자립형사립고, 내신등급제… 이런 얘기가 오고갔어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엄마랑 옆집 동철이 엄마의 근심은 아마도 저와 동철이가 관련된 일인 것 같아요. 하~아, 정말 안타깝게도 저는 지금 중학교 1학년, 수많은 시험을 앞에 둔.. 중학생이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내년부터는 그러니까 적어도 중학교 2학년부터는 외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다들 눈치를 보고 있거든요. 물론 다른 지역에 사는 애들 중에는 1학년부터 과학고, 00사관고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요.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하고..뭐 그런 거지요. 근데, 우리 엄마가 근심에 싸인 이유는 어떤 대통령 후보가 특목고를 100개나 더 만들겠다고 해서에요. 특목고가 그렇게 많아지면, 가려는 애들이 많아지고 나처럼 중간정도 성적인 다른 애들도 특목고에 지원하면 경쟁이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신거지요. 엄마 말씀이 맞을지도 몰라요. 경쟁이 심해지면 떨어질지도 모르거든요.

‘시험천국’에서 ‘지옥살이’하기

특목고가 많아지면, 당연히 가려고 준비하는 중학생도 많아지겠지요. 특목고 준비하는 애들이 많아지면 학원도 많아지고, 과외도 많아지고... 또 그렇게 되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지금이 좋을 것은 하나도 없어요. 수능은 계속되고, 내신등급을 가르는 시험도 사라질 것이 아니니까, 줄줄이 몇 년간 시험을 앞둔 중학생의 인생은 여전히 깜깜하고 변할 게 없으니까요.

자살한 학생들의 유서 [출처]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edu4all.kr)

▲ 자살한 학생들의 유서 [출처]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edu4all.kr)



얼마 전에 대통령 후보들의 교육정책이 신문에 났을 때, 학교 선생님들도 그 얘길 많이 하셨어요. 그때 들은 얘긴데요, 예전에는 중학교 입학시험도 있었다고 해요. 물론 고등학교 입학시험도 있었고요. 옛날에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올해 중학생이 되어서 시험이 많아진 것 때문에 진짜 힘들었거든요. 시험지옥을 초등학교 때부터 겪어야 한다면, 학교에 다니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요즘 초등학교에도 시험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동생 민수가 성이 나 있거든요. 중간고사, 기말고사까지 본대요. 전에는 시험이 아예 없었는데 말이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말할 수 있게 영어교육을 한다는 얘기는 참 좋게 들리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또 얼마나 시험을 봐야할지 진짜 걱정되거든요. 또 못하면 학원 다니면서 회화공부까지 해야 할 거 생각하면 끔찍해요. 초등학교 때 원어민 영어시간이 있었는데, 어떤 애들은 정말 못 알아들어서 지겨워하고, 어떤 애들은 잘하는 거 뽐내고 그랬는데, 그나마 시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학교공부만 하면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도 들지 않고, 부잣집 아이나 가난한 집 아이나 모두 학원이나 과외하지 않으면 ‘교육 불평등’이라는 말도 없을 텐데 말이에요. 집에 따라서 지금은 엄청 차이 나거든요. 그런데 영어교육 확대하고, 특목고도 늘여서 경쟁하고,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뽑게 하면, 더 많이 학원이나 과외할 거라고 생각해요. 훨씬 유리하니까요. 이거 정말 당연한 건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어른들은 문제가 있는 교육정책만 얘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공부하고 대학시험 준비했던 어른들은 그런 공부가 싫지 않은 걸까요? 밤 12시까지 학원에 있어야 하고,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학원에 있어야 하는 생활을 일주일만 바꿔서 해봤으면 좋겠어요. 말로만 창의성을 외치는 ‘명품’학교에서 시험경쟁을 치러야 하는 ‘학생’이라는 역할을 바꿀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의 역할과 바꾸고 싶어요.

고등학교에 가면 내신도 챙기고, 수능시험 준비도 하고, 논술도 잘하는 슈퍼인간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슈퍼인간을 만들어 주는 학원에 다시 다녀야 해요.

슬픈 소식은 이제 그만!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매년 들었던 슬픈 소식이 들리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조마조마해요. 남의 얘기가 아니니까요. 학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너무 분명한데, 왜 어른들은 답을 이야기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대학시험이 없어지면, 명품대학 이런 게 없어지면 되는 일이라고, 다 알고 있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