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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청소년인권운동, 길을 묻다 ⑨-<2>]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 그 시작을 꿈꾸며

<편집인주>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데조로, 여수 활동가와 동성애자인권연대 정욜 활동가를 각각 만나 청소년 성소수자의 상황과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2000년대 들어서 부각된 청소년인권문제 중 주요한 사안은 바로 ‘청소년 성소수자’이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님에도, 이전까지 청소년의 성정체성 고민은 금기시되어 온 화두였다. 청소년운동 단체뿐 아니라 성소수자운동 진영에서도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대체로 2000년대 이후라고 볼 수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아래 동인련) 정욜 활동가는 “동인련을 비롯해서 성소수자 단체들이 청소년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인 시기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동성애자인권운동의 역사 자체가 길지 않았고, 운동 초반에는 나름의 공동체나 자신의 정체성(의 공감)을 목적으로 모였던 것이었다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어떤 계기를 통해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욜 활동가가 말하는 ‘계기’는 2003년 19살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 고 육우당의 죽음이었다. 그는 “동인련에게도 충격이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도 나름 걱정이었을 뿐더러,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육우당이 놓여있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그 사건 이후 청소년들이 당하는 차별과 요구들을 정리해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차별과 편견의 집합

지금도 여전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이중 삼중의 억압의 굴레에 속박되어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아래 상담소) 데조로 활동가는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혹은 외모가 남자(혹은 여자)같다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받는다”며 “차별은 친구들 사이의 괴롭힘으로 끝나지 않고 학교차원의 제재로 더 심각하게 드러나기도 한다”고 전한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낼 때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행동이 남자 같거나, 둘이 손을 잡고 다니는 아이를 조심하라’는 것이 그것. 실제로 학교에서 ‘이반’으로 밝혀진 학생은 전학, 심하면 퇴학 등의 위협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 학부모와 상담할 때 활용한 청소년 성소수자(이반) 관련 상담 지침.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학교 측의 무지와 몰이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 학교에서 학부모와 상담할 때 활용한 청소년 성소수자(이반) 관련 상담 지침.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학교 측의 무지와 몰이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차별과 편견은 학교나 사회뿐 아니라 가족으로부터도 마찬가지이다. 가족이 지지를 해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보통은 가족들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고 극단적으로는 집에서 쫓겨나거나 호적에서 지워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 청소년들이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성소수자의 경우 쉼터에서 공식적으로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에 놓이기도 한다는 것이 상담소 측의 설명이다. 상담소의 여수 활동가는 “가족한테도 버림받고 학교에서도 버림받고 사회로부터도 버림받아, 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경우에 이런저런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며 안타까워했다.

상담소 데조로 활동가는 “학교 교육 중에 청소년기를 ‘이성에 눈뜨는 시기’라고 쉽게 말하지만, 이런 ‘사소한’ 표현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10대도 있다”며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 왕자·공주만 보지 공주와 공주, 왕자와 왕자는 보지 못하면서 이런 사회에서 자신을 동성애자로 정체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것이 비정상이 아님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학교는 오히려 정신질환자나 단순한 방황으로 보기 때문에 그때부터 일탈이 시작되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때론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인련 정욜 활동가는 “(단체에서) 상담이나 회원의 경험을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차별상황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통계화되어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자료는 그리 많지 않아 안타깝다”며 청소년 성소수자의 고민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차별현상에 대한 분석이 문제를 풀어가는 운동의 과정으로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통의 공간, 연대를 위해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이나, 반대로 외부로의 소통 모두 쉬운 것만은 아니다. 상담소 데조로 활동가는 “10대들이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를 했을 때 (기존의 공간과 방식에) 소통이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10대들이 (이반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정보 자체를 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실제로 10대들이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하지만,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10대가 가입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통이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동인련 정욜 활동가 역시 “과거 동성애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청소년 동성애자 커뮤니티나 청소년 동성애자를 그리 반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유는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청소년 유해환경’으로 법의 규제와 통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그들의 사회적 등장은 사회 전반에 화두를 던졌고 특히 성인 성소수자 커뮤니티에도 논쟁을 일으켰다.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며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인가, 법적 규제가 문제라면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하지 않나 등의 문제들이 바로 그것. 정욜 활동가는 “필요한 논쟁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논쟁에 동성애자 인권단체가 적극적 개입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청소년인권운동, 어떻게?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은 ‘문제’로는 존재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해결과제를 가진 ‘운동’으로 흐름을 형성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청소년과의 활동을 실천하고 고민하고 있지만, ‘드러내기 어려운 성정체성 고민, 그것도 청소년’이라는 이중의 장벽이 그들 앞에 놓여 있다. 상담소 데조로 활동가는 “현재 청소년들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놓고 활동하지는 않지만, 차별받고 억압받고 있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는 커뮤니티는 없지만, 기존의 청소년단체, 인권단체들이 10대 청소년들에게 성소수자운동과 단체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면 청소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문제를 당자사만이 아니라 청소년단체, 인권단체, 교육단체가 함께 풀어갈 수 있다는 제안이다. 더불어 동인련 정욜 활동가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즐겁게 찾아나가는 것과 함께 성소수자로서 살아가기 힘든 현실 상황에도 눈을 떴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장을 열어 제치는 일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비롯한 인권운동과 청소년운동, 진보운동의 역할이면서 청소년 스스로의 과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