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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이름'

4월의 아그대다그대 (작은 과일이 조발조발 열린 모양) 이야기

후원인 여러분에게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민선

옛날 휴대폰 쓰던 시절, 문자 보낼 때 글자수가 초과되지 않게 띄어쓰기를 안 했다. 그래서 내 이름이 전민선인 줄 알았다는 이들이 있는데 그게 별명처럼 되어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렇게 부르는 이들이 있다.

 

가원

부친이 옥편을 들여다보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지은 내 이름, 당시에도 지금도 흔한 이름은 아닌데, 그 뜻은 더 흔하지 않다. 한자로는 아름다울 가(佳)에, 멀 원(遠).
해석에 주의하자. 아름다움과 멀다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이 멀리 간다는 것!

 

영서

갖고 싶어 새로운 이름~ 다르게 살아 보고 싶어 ♪ <시와 - 새 이름을 갖고 싶어 中>

모두 별명 하나쯤은 있던 어린 시절에도 나는 그냥 이름으로 불렸다. 재미없게. 시간이 지나 이런저런 모임에서 제 뜻으로 이름을 붙인 이들을 만나면서도 그랬다. 사랑스러운 저 이름들이 부러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볼까 했지만 뭔가 대단히 부담스러워져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더라. 고민 끝에 지금의 이름을 더 아껴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두 번째 이름을 찾는 여정은 계속된다.

 

지수

은하라는 이름은 정말 예뻐! 유치원 때 너무 좋아했던 친구 이름인데, 눈이 소처럼 크고 동그랗고 순한 친구였어. 걔는 꼭 내 이름을 '솔.아.야'라고 한 글자씩 꾹꾹 눌러 불렀다? 그냥 부르면 '소라야'가 되는데, 그러면 같이 어울리던 다른 언니 이름이랑 비슷하게 들리는 거야. 그래서 보통 큰 소라, 작은 소라 이렇게 나눠서 불렀거든. 근데 얘만은 나를 이렇게 부르니까, 이게 그렇게 마음이 간질간질해. 그게 잊혀지질 않아. 친구야 너는 다시 무엇으로 태어났을까. 은하만큼이나 반짝이고 멋진 이름으로 불리겠지? 하늘만큼 땅만큼 은하만큼!!

 

해미

어릴 때부터 가명을 활용해왔다. 그 시작은 싸이월드… 뭔가 이름이 평범한 편이라 싫었던 것 같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무슨 인소에 나올법한 특이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활동명도 가명이다. 간혹 실명인 줄 알고 ‘혜미’로 불리는 일도 발생한다. (하지만 텔레그램 이름은 해미인데… 왜지) 뒤늦게 진실을 알고 살짝의 배신감과 충격을 받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 종종 실명으로 불러주는 이들을 만나곤 하는데, 원래 이름이 낯설어진 느낌이랄까. 기분 묘하더라.

 

미류

집에 식물들을 들인 지 오래되었다. 서로 이름 부를 일 없으니 이름을 잊었다. 어느 날인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집에 있는 식물들의 이름을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적어두었다. 아레오카리아, 그린볼야자, 인삼벤자민... 그 사이에 헤어진 이들도 많고 새로 온 이들도 많다. 어쨌거나 지금 같이 사는 이들의 이름은 모두 아는데... 그게 누군가를 '인간'이라 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름이란 무엇인가.

 

정록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내 이름은 돈 많이 주고 지은 좋은 이름이라고 했다.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 부모님이 누나와 형의 이름을 어딘가에서 새로 지어오셨다. 근데 개명을 한 건 아니었고, 그냥 그 이름으로 부르라는 것이었다. 누나와 형의 새 이름은 며칠 불리다가 흐지부지 원래 이름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부터 내 이름이 좋아졌다.

 

대용

이름에 관한 고찰이 담긴 책이 있다. 이름이 본질이자 모든 것인 이유를,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이라 불리는 <어스시의 마법사> 1권을 통해 확인하시길. 마법의 세계를 다루지만 진짜 마법은 언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랍니다. 정말 강추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