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중동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때입니다. 중동이라는 단어 뒤에는 언제나 분쟁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중동’에 대한 첫 기억은 텔레비전 뉴스의 이란-이라크 전쟁 보도 영상입니다. 그 뒤에는 미국의 첫 번째 이라크 침공인 걸프전쟁,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반대하는 것만 같았던 2003년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가 떠오릅니다. 물론 중동 뉴스에는 언제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수천 년 동안 다양한 문명이 교류하며 멋진 문화를 꽃피운 지역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가 ‘전쟁과 분쟁’이라니 이 또한 가슴 답답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과거와는 많이 다른 불안이 엄습합니다. 분명 트럼프 때문인 것 같긴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란 자가 저렇게 사기꾼 같은 언행을 반복하고 대놓고 국제법도 어기면서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을까요? 취임 직후부터 관세를 앞세워 수천억 달러를 갈취해 가더니,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와 이란 침공, 쿠바 봉쇄까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폭력의 연쇄에 아찔해질 지경입니다. 트럼프라는 인물이 만들어낸 ‘공포와 불안’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이제 우리의 일상과 공기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네요.
어쩌다가 세상이 이렇게 됐을까요? 사실 트럼프가 너무 강렬해서 그렇지, 몇 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그 이전에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있었습니다. 그럼 푸틴이 문제의 시작이었던 걸까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인물을 따라가 봅시다.

푸틴과 같은 나라 사람인 레닌이 110년 전에 쓴 ‘제국주의론’을 책장에서 집어들었습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쳤는데 너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당시 제국주의 열강들의 팽창과 식민지 쟁탈을 열강들의 잘못된 대외정책의 문제로 가볍게 여기는 사회민주주의자들에게 레닌은 거대한 독점체로 전화한 자본이 팽창하기 위한 지배의 필연적 양식이 제국주의라고 주장합니다. 그 제국주의가 어느 날 갑자기 전쟁으로 폭발하거나, 국가와 유착한 대자본들의 경쟁과 권력투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었죠.
제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당시에도 전쟁보다는 평화가 자본주의 세계 경제로 긴밀히 엮인 독점자본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많은 이들이 신자유주의 국제 분업으로 강력하게 엮인 전 세계 자본과 국가들은 갈등보다는 협력을 이어갈 거라고 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파티는 끝났고,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를 본격화했습니다. 아, 물론 저도 평화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누가 전쟁을 원할까요? 하지만 모두가 바라는 평화 지향 속에서 전쟁과 폭력, 갈등이 분출합니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팽창해야만 하는 자본의 속성은 기후위기에 이어, 이제는 전쟁위기로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요즘 유행하는 ‘체제전환’입니다.^^
작년에 안식년을 다녀오고 복귀한 지 이제 한 달이 막 지났습니다. 원래는 건강히 잘 다녀왔다는 복귀 인사를 하려고 했었는데, 무겁고 답답한 이야기로 가득 찼네요. 복귀한 한 달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걸까요? 벌써 작년의 기억이 까마득하네요. 가끔 찌릿찌릿하게 올라오는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작년 한때 열심히 했던 근력운동의 추억을 찌릿찌릿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다들 운동할 때,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