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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그리기> 2002 교사 인권교육 워크샵

인권교육, 강연 없이 스스로 배운다


교사들 10여명이 3개조로 나뉘어 '학교 세우기'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3-4명씩 서로 머리를 맞대로 학교의 교육이념도 정하고 교과과정도 짠다. 색색의 크레파스를 동원해 백색전지에 학교건물과 전경을 그리기도 한다.

어떤 학교의 이름은 '더불어 숲속' 학교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이 모두 나무모양이다. 다른 학교의 교육이념은 "세상을 보는 안목이 있고 더불어 행동하는 자율적 인간"이다. 그 학교의 건물은 나선형으로 교실과 과제실이 모두 곡선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학교는 주위에 과수원도 있고 텃밭도 있고 동물도 키운다. 이 모두를 키우고 가꿀 책임이 학생들에게 있다. 이를 위해 '노작교육'이란 수업이 별도로 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노동과 생명을 존중하게 된다.

과제수행 후 진행자는 단지 교사들로부터 나온 의견을 정리하고 종합한다. 관련 국제조약과 비교하기도 한다. 3개조 모두 더불어 살아가며,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평등과 우정의 정신에 입각한 삶'과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이 아동교육의 목표 중 하나라는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의 내용과 상통한다.


워크샵에는 강연이 없다

이런 식으로 16∼17일 이틀간 인권운동사랑방은 서울 예수살이공동체에서 장소를 빌어 '2002 교사를 위한 인권교육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워크샵의 목적은 인권일반론과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의 이해를 도모해 교사들이 인권교육을 어떻게 해 나가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교사들은 스스로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권교육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느낀다. 그래서 그곳에는 강연이 없다.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상임활동가는 "전문가의 강의에 의존하지 않고 교사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의 계발이 중요하다"며 워크샵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이 다룬 구체적인 문제에 집중했다"며 워크샵의 특징을 설명했다. 2000년과 2001년에 있었던 워크샵은 주로 인권과 인권교육의 기본개념에 치중했었다.


진행자는 나온 말만 정리한다

광주하남중학교 이겨라 도덕교사는 "그 동안 인권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다가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범대학교 다닐 때나 임용고시 준비할 때 인권에 대해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 교사들의 현실이라고 이 교사는 말했다. 또 "체험활동이 많고 진행자는 나중에 나온 말만 정리하는 식의 방법이 참 좋다"며 워크샵에서 추구하는 인권교육의 방법론에 많은 공감을 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 워크샵에도 참가했었는데, 그후 교육현장에서 실제 경험했던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이 교사에게는 지난 학기 효도·경로 사상을 가르치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 이 교사는 이를 인권적 시각으로 가르쳐 보겠다고 결심했으나, 결국 그것은 불가능했다고 한다. 어른들에 대한 순종을 이야기하는 경로·효도 사상이 얼마나 인권침해적인지를 먼저 가르쳐야 했기 때문. 기존 가치관을 깨면서 인권적 시각을 가르치는 것이 일선 교육현장에서 매우 어려웠던 것이다.


교육현장과의 괴리 극복은 교수의 몫

이렇듯 워크샵에서 다루는 내용과 이를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문제는 많은 괴리가 있다. 하지만 이 교사는 이러한 워크샵의 한계에 대해 시원스럽게 해법을 제시했다. "인권단체는 워크샵을 통해 교사들에게 보편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현장에선 이러한 보편적인 시각을 아이들의 성향에 맞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도안하는 것은 교사 각자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 아닌가?"

한편, 오는 18∼20일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여학생 휴게실에서는 '2002 대학생 인권캠프'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