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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대 6주만에 위암 판정' 김웅민 씨 결국 사망

제대 6주만에 위암4기 판정을 받고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던 김웅민 씨가 21일 오전 결국 사망했다. 이에 따라 노충국 씨 사건으로 시작된 군대 안 의료접근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웅민 씨의 빈소

▲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웅민 씨의 빈소



대학에 다니던 김 씨는 지난 2003년 6월 19일 입대해 육군 202연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했다. 김 씨는 위출혈 증세로 사단 의무대에서 치료받다 일주일만인 같은해 12월 16일 국군벽제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내시경 검사 결과 '양성위궤양' 판정을 받은 김 씨는 한 달정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약 3개월 후 김 씨는 다시 통증을 호소했지만 사단 의무대는 그에게 위장약을 처방했을 뿐이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 씨는 퇴원 후에도 밤 11시까지 근무해야 했고 일이 많은 날은 새벽 2시를 넘겨 근무하기도 했다. 김 씨의 아버지 김종근 씨는 "몸이 아픈데도 계속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아픈 곳이 더 도졌을 것"이라며 "군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제대로 치료받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가슴을 쳤다.

아픔을 참기 힘들었던 김 씨는 제대 2개월 전인 올해 4월 22일 외출증을 받아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의정부의료원을 홀로 찾았으나 여기서도 신경성 위염으로 판정했다. 6월 27일 제대한 김 씨는 6주만인 8월 12일 강릉의 한 내과를 찾았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 씨는 이 병원에서 위암4기 판정을 받고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다 이날 결국 사망했다. 빈소는 같은 병원 장례식장 8호실로 정해졌다.

고인의 외삼촌 권 아무개 씨는 "초기에만 알았어도 완치되었을 텐데 군대가서 병만 키웠다"며 "웅민이가 하늘나라에 가서라도 편히 잠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 씨는 "의정부의료원 의사가 하는 말이 군인이어서 시간이 없을 것 같고 돈도 없을 것 같아 간단히 봤다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어이없어했다.

국방부의 대응도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방부는 노충국 씨 사건이 불거지자 이달초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노 씨 사건말고도 당시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진 김 씨, 오 아무개 씨, 박 아무개 씨 사건도 조사했다. 하지만 10일 조사결과 발표에는 김 씨가 의정부 모 병원에서 실시한 내시경 검사 결과 '표재성 위염'으로 진단 받았다며 군 당국의 책임을 회피했을 뿐 관련자들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아버지 김 씨는 "합동조사단의 전화를 3번 정도 받은 적은 있지만 일반적인 사실확인 정도만 했을 뿐 병원에 찾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국가보훈처가 김 씨를 국가유공자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 씨 사망을 계기로 결성된 '군대내 의료접근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이날 저녁 빈소 근처에서 유가족과 함께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민관합동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국방부 조사결과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곧 열고, 국방부가 마련했으나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군 의무발전 계획'의 공개논의를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