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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노숙인의 빼앗긴 인권을 되찾아야해요!

해가 저물어가는 11월의 저녁 무렵은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게 합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에 곧 겨울이 올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돼요.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씨에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몸을 따뜻하게 덮어줄 이불을, 갈아입을 옷을, 소중한 물건을 경찰에게 빼앗기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상에, 경찰이 사람들의 물건을 빼앗다니?!


경찰이 빼앗은 건 단지 물건만이 아니에요

지난 10월 25일 경찰은 전국의 지하철역과 철도역에 있는 물품보관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원을 끄고, 물품을 보관했던 사람들의 열쇠를 걷어갔어요. 동전을 넣고 물품보관함에 물건을 넣어두었던 사람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말이에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갖지 못해 그동안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을 물품보관함에 보관해온 노숙인들은 갈아입을 옷도, 덮고 잘 이불도 그리고 일자리를 구해볼 연락처가 적힌 수첩도 꺼내지 못한 채 추운 날씨를 견뎌내야 하는 게 막막하기만 했어요. 노숙인들에게 물품보관함은 동무들이 운동화와 책가방을 넣어놓는 집과 같이,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고 생활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었거든요. 만일 동무들이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물건도 꺼내지 못하고 집밖에 나와서 생활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어떻게 살아야할지 정말 막막하고 무서울 거예요.

그런데 경찰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한 것일까요? 경찰은 지금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회의인 아펙(APEC)에서 혹시 테러(폭력으로 공격하는 일)가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물품보관함을 없애야 한다고 해요. 폭탄이나 다른 사람들을 해칠 수 있는 물건을 물품보관함에 넣을 수도 있다면서요.


아펙(APEC)이 뭐길래?

정부에서는 아펙이 여러 나라가 함께 모여 나라 살림을 의논하는 회의이기 때문에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펙은 사람들을 살기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어요. 아펙에 모이는 나라의 대통령, 높은 관리들은 환경을 파괴해서라도 개발을 해야 하고, 사람들이 더 적은 돈을 받으면서 더 많이 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이 나쁜 일이 아니라면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이 올바른 일인 것처럼 말해왔어요. 이렇게 나쁜 짓을 많이 하다 보니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점점 더 화가 났고, 그 중에서 폭력을 써서 공격을 하려고 하 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어요. 폭력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테러를 만든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해 온 세계의 힘 있는 사람들인 거예요.

하지만 세계의 힘 있는 사람들은 테러를 일으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당했길래 이렇게 화를 내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테러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는 몽땅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어요. 정말 물품보관함을 사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면 노숙인들이 잠시라도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어야 해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물품보관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건 거리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랍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집은 누구에게나 필요해요

더욱 안타까운 일은 노숙인의 권리가 위협당해 온 것이 단지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정부에서는 나라들간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노숙인들을 마치 죄를 지은 사람들처럼 의심하거나, 사회에서 떼어 가둬야할 사람들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노숙인들의 인권을 위협해 왔어요.

집이 없는 생활은 다른 여러 가지 권리까지도 누리지 못하게 해요. 집을 구할 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편안하게 쉴 공간이 없으니까 집이 없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게 돼요. 또 한곳에서 살지 못하고 계속 이동하며 쉴 자리를 찾아야 해요. 그러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기 쉽지만 일자리를 구해서 돈을 벌지 못하면 치료를 받기도 어려워요. 이렇게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주소가 없어서 선거도 못하고,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이번 사건과 같이 제대로 말해볼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억울한 일을 당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불평등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숙인들이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노숙인들과 함께 정부가 하루 빨리 정책을 만들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노숙인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위협당하니까요. 노숙인의 권리를 되찾는 일은, 우리 모두의 권리를 되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봅시다] 동무 여러분은 혹시 사람들이 "노숙인들은 게으르고 노력을 안해서 노숙인이 된거야." 라며 노숙인을 비난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노숙인이 안전하고 개끗한 집에서 살지 못하고, 길에서 잠을 자며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안전한 집에서 살고,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일할 권리 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권리들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제대로 누릴 수 없으면 다른 권리들까지 위협하게 되니까요. 노숙인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살아가기 위한 이런 기본적인 권리들이 보장되지 않으면 노숙인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요. 정부에서는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가 가장 먼저 실현될 수 있도록 일해야 합니다. 노숙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비난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리의 보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