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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명동성당에 쌓인 농민의 분노

'비준안 반대' 벼 1000가마 기습 야적…한나라당사 앞 노숙농성 돌입

열린우리당이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쌀협상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가운데 농민들의 투쟁이 서울로 향했다.

14일 새벽 4시 10분경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 소속 농민 20여명이 서울 명동성당에 40킬로그램 벼 1000가마를 기습적재하고 비닐천막 1동을 설치했다. 이들은 쌀협상 국회비준 반대와 근본적 농업회생 정책마련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전농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말 마지막 심정으로 이곳 명동성당에서 독립운동에 나선 옛 선인들의 심정으로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14일 명동성당에 벼를 쌓고 있는 농민들

▲ 14일 명동성당에 벼를 쌓고 있는 농민들



명동성당에서 만난 전남 나주시 농민회 안주용 교육부장은 "실제로 야적투쟁을 지역에서만 하다보니 인구 밀집지역인 서울에서는 알릴 방법이 없었다"며 "농업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지켜야 국민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서울시민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주시의 경우 시청과 각 면사무소 앞에 벼 15만 가마가 적재되어 있는 등 전국적으로 100여 시군의 관공서 앞에 100만 가마에 이르는 벼가 적재되어 있다.

명동성당에 벼를 쌓은 농민들은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 명동성당에 벼를 쌓은 농민들은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한편 이날 아침 8시경 농민 20여명은 한나라당이 비준안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며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의 제지로 봉쇄당하자 이들은 당사 앞 인도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하며 "한나라당이 쌀협상 국회비준안을 정치적 흥정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농업이 희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데 당론을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며 농업회생대책 마련을 위한 농민·국회·정부 3자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14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 농민들이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14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 농민들이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쌀협상 비준안을 16일에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비준안 처리여부를 당론으로 결정하지도 않았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APEC 기간에 농민들이 시위를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16일에 올리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며 "어느 시점에서 쌀협상 비준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것인가는 원내전략"으로 "당 지도부에 위임해 달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아펙회의가 끝난 후인 23일 본회의 처리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부겸 열린우리당 수석부대표는 기자브리핑을 통해 "(의총 뒤에) 한나라당으로부터 이 처리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일체 없었다"며 "한나라당의 공식적이고 분명한 입장이 없는 한 이 문제에 대해 우리당은 진정한 국가이익이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혀 16일 처리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한나라당사 앞에서 농성에 돌입한 한 농민은 "적어도 한나라당이 제1야당이라면 350만 농민의 생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입장이 왔다갔다할 수 있느냐"며 "한나라당의 본질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14일 저녁 한나라당사 앞에 어둠이 깔리자 농민들이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 14일 저녁 한나라당사 앞에 어둠이 깔리자 농민들이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한편 전농은 비준안 처리를 막기 위해 15일 서울 여의도문화공원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1박2일 투쟁에 돌입한다. 이어 아펙정상회의 기간인 18일에는 부산 수영만 둔치에서 '쌀개방 저지 아펙반대 부시방한반대 전국농민대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