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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9월 반딧불 : 평택의 작은 목소리들

평택 미군기지 인접 지역 어린이들의 인권

지난 7월 10일 전국에서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평택으로 모였다. 대대로 살아온 땅을 버릴 수 없다는, 보상은 필요 없으니 제발 이대로만 살게 해달라는 평택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에 경찰은 과잉폭력진압으로 대응했다. 국방부는 한국전쟁 중 미군기지에 터전을 빼앗기고 이주한 주민들이 직접 모금을 해서 지은 평택 대추초등학교를 상황실과 전투경찰 주차장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촛불집회는 9월 3일로 1주년을 맞이한다.

학교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염원에 따라 촛불집회는 대추초등학교로 장소를 옮겨 진행 중이며, 8월 17일에는 학교 한켠에 '솔부엉이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평택 대추리 주민들 중 누구보다도 도서관을 좋아하고 자주 찾는 이들은 다름 아닌 마을의 어린이들이다. 아담하지만 정겨운 마을 도서관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대추리의 어린이들은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을 통해 방과 후에 책을 읽으며 놀 수 있는 곳이 생겼다. 그런데 기나긴 투쟁 과정에서 어린이들의 존재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고향에서 평화롭게 대를 이어가며 계속 살고자 하는 팽성 주민들 중에는 분명히 어린이와 청소년도 존재한다. 이들도 어른들과 다를 바 없이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정든 마을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마을이 왜 이렇게 시끌시끌한지, 정부에서 우리 마을을 어떻게 하려는지, 미군 기지가 들어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 듯하다. 마을 어귀에 현수막이 휘날리고,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들 사이에 툭하면 높은 언성이 오가고, 낯선 외지인들이 찾아와서 구호를 외쳐대는 모습을 보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 역시 저항의 주체일 수 있는데, 단지 위험해서 혹은 '보아서 좋을 것이 없으므로' 어린이들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규정하는 익숙한 질서가 이들의 삶의 영역을 한정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9월 반딧불에서는 평택 투쟁에서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주체적 목소리를 들어 보고자 한다.

<작은 목소리들>의 스틸사진 [출처] 인권영화제

▲ <작은 목소리들>의 스틸사진 [출처] 인권영화제



전쟁이 어린이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환기시키는 애니메이션 <작은 목소리들>, <왜?>와 함께 평택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은 짧은 영상물을 제작·상영한다. 제9회 인권영화제 상영작인 <작은 목소리들>은 콜롬비아의 오랜 전쟁으로 잦은 폭력을 경험한 콜롬비아의 어린이들을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이 혼재된 이 작품은 콜롬비아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하여 어린이들이 겪은 공포의 기억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오랜 국내 전쟁으로 잦은 폭력을 경험한 콜롬비아의 어린이들. 불안정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이들의 폭력에 대한 기억을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사회적 치유를 위한 필수조건일 것이다. <왜?>는 오랜 분쟁과 기아, 아동노동에 허덕이는 전세계 어린이들을 만나는 천사들의 행보를 따라가며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 때와 곳: 9월 10일(토) 늦은 8시, 평택 대추초등학교 운동장
△ 상영작 : 평택 대추리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물

※오후 4시부터는 평택 대추리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인권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단편 애니메이션 <작은 목소리들>과 <왜?>가 상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