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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허울뿐인 '8.31 부동산종합대책', 주거권 중심으로 주거정책 다시 짜라

8월 31일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한덕수 경제부총리 [출처] 재정경제부

▲ 8월 31일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한덕수 경제부총리 [출처] 재정경제부



'8.31 부동산종합대책'의 뚜껑을 열어보니, 정부가 발표한 주거정책이 다시금 서민을 울리고 가진 자들의 배를 채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올 초 강남을 중심으로 폭등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호기 있는 결단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이어지게 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서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주거의 공공성 확보'보다는 '공급확대와 규제완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습니다"라는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말이 무색하게도 미니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송파지역과 강북 뉴타운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급중심의 미니신도시 건설은 투기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일 뿐 주거수요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 2002년까지 지난 10년간 600만 채 이상의 주택이 건설되었는데도 자가소유율의 증가는 4.3%에 그쳤다. 즉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자가소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올해 상반기를 휩쓴 부동산 투기는 공급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강남, 분당 등 거래의 58%가 1가구 3주택자였다는 것을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게다가 이번 대책은 공공개발이라는 핑계로 재개발과 관련된 온갖 규제를 완화해 국가가 나서서 사실상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시행사업자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소형의무비율을 80%에서 60%로 낮추며, 층고제한을 상향조정한 것 등에서 보듯이 정부는 여전히 투기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애초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은 실제로 거주해온 원거주민의 주거권 실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강북 뉴타운 주택 재개발 사업의 하나인 길음동의 경우 원주민 입주율이 10%에 불과했고 개발 이익의 대부분이 외부 투기세력에게 돌아갔다. 재개발이 서민의 주거안정이 아닌 투기자의 배를 불리는 방향으로 가는 동안, 원거주민이 재개발에 밀려 자신의 주거지로부터 쫓겨나는 주거권 박탈 상황이 재연될 수 있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마디로 이번 정부 발표는 단기간 집값 상승을 막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주거정책의 물꼬를 터 정부가 기본방향으로 삼은 '서민의 주거안정과 투기수요 억제'를 이룰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정부가 주거권 중심으로 주거정책을 다시 설계하면 된다. 주거권을 인권으로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거공공성 확보가 급선무다. 정부는 실질적인 주거 수요를 파악해 예산을 수립하고, 시장과 자원배분에 있어서 공적 개입을 이루며,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등 주거권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가는 주거권이 매우 취약한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무상주택을 지금 당장에라도 확보해야 하고, 임대주택의 실질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토지·주택 등은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용되어야 하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공공재로서의 주거는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 접근성에 대한 차별 없이' 접근 가능해야 하고, 물·전기·의료·교육과 같이 '사회필수서비스' 항목에 포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