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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 영화를 만나다] 카메라 들고 생태적 삶 찾아가는 부안 주민들

12일, 제2회 부안영화제 개막

생태적 가치의 일상적 실천이 불러오는 다채로움, 풀뿌리의 향긋함이 배어나오는 영상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2회 부안영화제가 '여성과 환경-아줌마 지구를 지켜라!'는 모토 아래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부안성당에서 개최된다. 작년 8월에 처음으로 열려 부안 반핵 민주주의 투쟁의 과정이자 성과로 자리매김한 부안영화제는, 올해에 '환경과 생태'라는 가치를 좀더 전면적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안적, 독립적인 문화 구축의 중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제2회 부안영화제 포스터 [출처] 부안영화제 홈페이지 baff.or.kr

▲ 제2회 부안영화제 포스터 [출처] 부안영화제 홈페이지 baff.or.kr



특히 부안영화제는 5·6월에 걸쳐 "여성과 환경-아줌마 지구를 지켜라!"는 주제에 걸맞게 미디어 활동가들과 연계하여 부안 지역 여성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였는데, 이번 영화제에서 생태적 삶을 구현하려는 신선한 자극이 돋보이는 그 결과물들을 상영한다.

부안영화제 김화선 사무국장은 "반핵투쟁이 일단락되면서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투쟁을 지속시키려는 움직임이 필요한데, 부안에서는 환경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마침 "대안 생리대 만들기, 비닐봉지가 아닌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의 운동을 벌여나가는 여성들의 모임 '두리반'을 만나,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면서 이번 부안영화제의 구체적인 물줄기가 트였다는 것. 핵폐기장 백지화 투쟁이 핵에너지를 거부하고 대안 에너지 사용의 중요성을 상기시킨 것처럼, 반핵 투쟁은 궁극적으로 개발의 이익을 향유하는 데에 익숙한 현대적 삶 전반에 대한 성찰을 전제한다. 소소하다고 치부되는 생태적 실천을 확산시키려는 조직적 행동이 급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은이의 일기 스틸사진 [출처] 부안영화제 홈페이지 baff.or.kr

▲ 조은이의 일기 스틸사진 [출처] 부안영화제 홈페이지 baff.or.kr



부안영화제의 정체성이 반영된 미디어 교육의 결실은 주민공모작 섹션의 다섯 작품으로 모아져 소개된다. 생태뒷간 이야기인 <똥, 자연으로 돌아가다>, 가족들과 함께 친환경농법을 체험한 것을 기록한 <조은이의 일기>, 비닐쓰레기의 재활용과 빈그릇 운동의 중요성을 말하는 <땅은 숨쉬고 있다>등이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대안달거리대 상설 체험관, 생태뒷간 전시, 천연염색 등 생활과 교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부대행사들도 주목할만하다.

영상으로 주민자치적 생태문화를 일구려는 부안영화제의 심지는 연례적인 영화제 개최로만 머물지 않는다. 부안영화제 측은 "주민공모작 섹션에 상영될 작품들이 이후 지역 케이블 방송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등에 방영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밝혀 지역 사회에서 지속적인 소통을 이루고자 시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영상기반시설이 전무한 부안지역에서 마주치게 되는 벽은 꽤 높다. 김 사무국장은 주류 미디어의 보수적 시각과 질서를 몸소 깨닫게 된 "반핵투쟁을 거치면서 미디어 운동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변변한 기자재조차 없기 때문에 미디어 센터 등이 지원한 교육장비 역시 철수된 상황에서, 미디어 교육을 받았던 여성들이 영상을 만들고 싶어도 달리 방도가 없는 상태"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지역 주민들의 영상제작을 독려하는 등의 대안적 영상문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지역미디어센터 설립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문화관광부나 방송위원회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미디어센터 설립 정책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영상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군소도시에 더 절실히 필요하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부안 지역에서 반핵투쟁의 불씨를 키운 주범이자 현 자치단체장인 김종규 부안군수의 행태 역시 부안영화제 측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부안영화제는 부안의 유일한 상영공간인 부안예술회관을 영화제 장소로 신청했으나, 부안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역시 사용불허를 통보했다. 부안예술회관 운영조례 7조 5항,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용신청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부안군수의 독단적 운영을 인정한 독소 조항이 바로 그 근거이다. 부안군이 <한국방송>(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 설치, 영상테마파크 건립 등 생색내기 식 지역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부안 영화제의 개최를 방해하려는 부안군의 행보는 부안주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아낼 수밖에 없다. 이에 16개 지역 90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지역 영상미디어 꽃인 부안영화제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부안주민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부안예술회관 사용신청 불허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공공적 문화시설의 부재로 인한 안정적인 상영 공간의 미확보는 국내 작은 영화제들이 봉착한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부안영화제와 같이 물적, 인적 자원이 극히 취약한 경우, 이는 영화제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김 사무국장은 "빛을 가리고 스크린과 의자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와 플레이어를 대여하는 등 상영관을 아예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안영화제가 생태적 가치의 실현을 외치는 지역주민들의 영상 메아리로, 지역공동체의 살아 숨쉬는 장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지역 안팎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