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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MBC '10대 이반' 왜곡보도에 각계 항의 빗발

공개사과와 제작진 징계 요구

청소년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와 무지를 드러낸 문화방송(MBC) <뉴스투데이> 보도에 대한 비판이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25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동성애자인권연대 등 41개 인권·시민·성소수자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공개사과와 제작진 징계를 요구한 것.

25일 열린 기자회견

▲ 25일 열린 기자회견



지난 13일 <뉴스투데이>는 '이반 문화 확산'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10대 동성애를 범죄처럼 묘사하는 보도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대해 14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아래 상담소) 등 16개 사회단체가 항의성명을 통해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청소년 동성애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반인권적 보도행태"라며 18일까지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레즈비언상담소(아래 상담소) 관계자는 "(이반이라는 말이) 이성을 반대한다는 뜻"이라는 보도에 대해 "'이반'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등 아주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정보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보도를 했다"며 "앵커의 첫 멘트부터 거짓보도"라고 지적했다. '이반'이란 용어는 한국의 동성애자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로 이성애를 '일반'적인 것으로 보는 사회에서 동성애자인 스스로를 긍정하기 위해 만든 용어.

또 보도에서 "동성애인지 동료애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관계가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10대 사이엔 동료애만이 존재해야 한다고 보는 시선이 깔려있다"며 "10대 동성애자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배경내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한 개인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오직 본인이며, 이는 인간으로서 고유하게 가져야 할 성적 자기 결정권에 해당하므로 청소년들 역시 본인들의 판단에 의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존재 자체로 존중 받아야할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청소년 동성애자의 인권이 사회에서 열악한 처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당함을 밝혀내고 보호해야할 방송이 오히려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편 프로그램이 레즈비언 전용 바(bar)를 허락 없이 잠입해 몰래 카메라로 업소 내부와 손님들을 촬영·보도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방송에서 리포터는 이를 '10대 레즈비언 전용 카페'라고 소개했으나 상담소의 확인 결과 '성인 전용 레즈비언 바'임이 드러난 것. 이에 대해 해당 업소 측에서 항의하자 MBC는 지난 13일 인터넷 사이트(imbc.com)에서 이 부분이 방송된 5초 분량을 삭제한 바 있다.

또 <뉴스투데이>는 "(이반이라는) 단어가 인터넷 검색어에서 성인용 키워드로 돼있어 청소년들은 검색하기가 어려웠"으나 "최근…일반 단어로 취급되면서 10대 이반과 성인 동성애자들의 자료가 공유되고 있"어 "일반 학생들마저 동성애적 성향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6월 상담소가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동성애', '이반' 등을 청소년 유해 키워드 및 금칙어로 설정해 관련 정보 접근을 차단해 온 것이 '동성애자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며 각 업체에 시정을 요구했고, 모두 시정조치를 취한 것을 말하는 것. <뉴스투데이>는 오히려 '이반' 단어가 마땅히 성인용 키워드라는 식으로 보도하며 동성애를 마치 질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하면서 10대 이성애자에게 '전염병'처럼 전파될까 우려하는 태도를 보인 것. 상담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는 초지일관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영화 문화연대 청소년문화위원회 활동가는 방송에서 '이반' 여학생이 "(자신이 이반인 것이) 떳떳해요"라고 말한 것과 '일반' 여학생이 "자기가 좋으면 그만이지 않아요?"라고 말한 것은 "10대 청소년들의 의식이 성적 취향과 정체성의 차이를 근거로 차별하지 않을 만큼 성장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MBC는 이 학생들의 발언과 자신의 아이가 이반이라는 것이 충격적이고 민망하다는 부모의 발언을 대치시키며 이들을 죄인화시켰다"며 "잠시 이반으로 행동했던 학생들의 대부분은 과거를 후회하고 있"다는 리포터의 발언과 "또래 집단에서 서로에 대해서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지 동성애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발언을 인용한 것에 대해 "MBC가 동성애자를 죄인, 탈선 청소년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MBC에 대해 △방송을 통한 공개 사과 △해당 제작진과 취재진 징계 △온라인을 통한 방송 유포 중단 △임직원 모두에 대한 '동성애 인권교육' 의무 실시 △동성애자 관련 인권보도지침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명예훼손 소송,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시정권고 청구 등 법제도적 투쟁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