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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피의자 인권 고려 없는 '인권경찰'

폭력연행과 불법폭력침탈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서 제출돼

지난 5월 15일 광주패트리어트기지 인간띠잇기 행사에 참석한 50여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그 중 한 명인 이상범 씨(전 한양대법대학생회장)가 '불법폭력연행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해 이후 경찰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6월 7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당시 이씨의 연행 현장에 있던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도 공개됐다.

7일 열린 기자회견

▲ 7일 열린 기자회견



"개도 그렇게는 안 끌려가겠더라"

서울시경 보안수사대는 지난 4일 서울서부역 계단에서 이씨를 연행했다. 이씨는 진정서에서 "신분증과 체포영장 제시 없는 강제연행"이었기에 연행을 거부했으나 경찰은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고" 폭력을 사용하며 자신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 연행과정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계단 중간에서 실랑이가 있길래 지켜보다가 끌고가는 과정이 너무 심해서 동영상을 찍게 되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이 이씨와 동행하던 동생까지 발로 밟아서 제압했으며 "경찰차에 사람을 쑤셔넣"듯 이씨를 다뤄 주위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것. 이 목격자는 "개도 그렇게는 안 끌려가겠더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며 경찰이 항의하는 시민의 팔을 비틀어서 뒤로 끌고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연행 현장을 목격한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 기자회견에서는 연행 현장을 목격한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경 보안2과 이응환 경사는 "자체조사 결과 신분증을 제시했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했으며 용산경찰서로 연행한 후 체포영장을 제시했으니 적법절차에 따른 긴급체포"라며 이씨와 상반되는 주장을 펼쳤다.


궁색한 체포영장마저 스스로 무력화한 경찰

전남도경찰청의 김수일 수사2계장은 "지난 5월 15일 집회에서 채증한 사진으로 소환장을 한 번 보냈으나 출두하지 않아 27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소환장 수취가 확인되었는데도 출두하지 않고 본인명의 핸드폰도 없는 상황이라 한총련 대학생들 체포영장 신청할 때 일괄신청"했다는 것.

하지만 이씨가 용산경찰서에서 전남도경으로 이송된 후 체포의 근거를 요구하자 경찰이 제시한 것은 "평화롭게 깃발 들고 서 있는 사진 한 장"뿐이어서 이씨의 피의사실에 대해 경찰이 제시한 근거가 피의사실을 증명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집회에 참석하여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전 경력을 문제삼아 체포를 시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관행적으로 소환장은 3회 정도 발송하는데 한 번 소환장을 보내서 출두하지 않았고 본인명의의 핸드폰이 없다는 것이 곧바로 체포영장을 신청할 사유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상범 씨에 대한 폭력연행 과정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 이상범 씨에 대한 폭력연행 과정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박 상임활동가는 "수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을 강제로 수사하기 위해서 신청하는 것이 체포영장인데 법원이 적절히 심사한 것인지도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200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6월까지 청구된 11485건의 체포영장 가운데 기각된 건수가 64건(0.56%)에 불과해 검찰이 청구한 대부분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셈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긴급체포를 강행한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씨는 집회 참석 이후 주소지인 본인의 집에서 거주하며 학교를 다녔고 체포영장에 따른 법집행이 가능했는데도 경찰은 영장제시도 없이 긴급체포하며 폭력을 행사한 것. 결국 경찰은 스스로 발부받은 영장마저 무력화한 셈이다.


경찰 편의만을 위한 '인권경찰'?

경찰의 무리한 업무집행과정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결과 이제 경찰 스스로도 '인권경찰'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경찰의 모습은 적법절차를 따랐다는 주장만 강변할 뿐, 피의자 인권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어 구태의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상임활동가는 "경찰이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만 모면하려다 보니 경찰의 편의를 위해 어떻게든 법적 근거를 갖다대는 데에 급급할 뿐,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인권경찰'에 일침을 놓았다. 특히, 이씨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동생에게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폭력을 행사하고 항의하는 시민을 물리력으로 제지한 것까지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전국민중연대와 통일연대는 5월 29일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진행된 반미반전월례공동행동에서 "경찰이 해산경고도 없이 무자비하게 집회를 침탈"한 것을 이유로 허준영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관계자들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이들은 6월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유독 미군부대 관련집회 참가자나 피의자들"에게 일련의 불법 인권침해행위들이 자행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수사와 강경대응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