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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문헌으로 인권읽기] 1798년 미국의 선동법

(THE SEDITION ACT OF JULY 14, 1798)

인권을 보장한다고 큰소리치는 정부들에 대한 비판에는 "본문에는 권리를" 그리고 "그 각주에는 권리의 침해를" 규정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선전되는 문구에는 엄연히 '인권'이 있는데 현실을 규정하는 힘센 손에는 언제나 '예외규정'이 들려있다는 말이다. 오늘 읽어볼 선동법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인권선언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미국 버지니아 권리장전(1776년)은 "출판의 자유는 전체 자유를 지켜 주는 거대한 방파제의 하나이며, 독재 정부 이외에는 아무도 이를 제지할 수 없다"고 했으며, 미국 헌법 수정 제 1 조(1791년 발효)는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본문이라면 각주에는 '선동법'이 있는 것이다.

인권의 역사에서 중요한 투쟁의 대상이자 무기는 언론의 자유였다. 인간과 인간성의 발현을 억누르는 정치·경제 체제에 대한 투쟁은 입에 물린 재갈을 풀고, 속에 품은 생각을 해방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정치 목표를 구상·설정할 수 있는 자유(사상의 자유), 그 표현·교환의 자유(언론의 자유), 그 실현을 위한 행동의 자유(집회·결사의 자유)가 삼두마차인 것은 당연했다.

17세기 종교전쟁과 그에 따른 참상에 시달리던 유럽에서 국가권력이 관여할 수 없는 내면적 자유의 확립, 즉 종교와 국가의 분리는 중요한 투쟁이었다. 종교가 지배하는 영역과 수행하는 기능이 광범위했기 때문에 사회적 투쟁은 불가피하게 종교투쟁이 되었던 것이다. 사상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를 모태로 했고, 허가제와 출판에 대한 통제는 종교의 지나친 영향으로 간주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고전으로 알려진 밀턴의 '아레오파기티카(Areopagetica)'는 출판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한 의회에 대해 부르짖는다. "좋은 책을 죽이는 자는 이성 자체를 죽이는 것이요, 신의 표상을 눈에서 지우는 것이다", "모든 자유들보다 나에게 알 자유, 발언할 자유, 자유롭게 논쟁할 자유를 달라. 진리가 자유롭다면, 그것은 모든 가능한 실수를 극복하고 승리할 것"이라고. 이러한 신념은 의견과 언론의 자유투쟁의 초석이 되었고 18세기 미국과 프랑스의 혁명을 통해 재차 제기됐다.

그래서 미국의 권리장전에서처럼 근대시민혁명의 선언과 헌법들은 정신적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인권의 시금석처럼 떠받들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장되고 투쟁된 언론의 자유는 일부 시민계급(부르주아지)이 장악한 의회에서의 언론의 자유였던 것이지, 시민개인(무식쟁이이자 무산자로 치부된)의 표현의 자유는 결코 아니었다. 시민 개인의 정치 비판은 때로 의회를 모욕하는 것으로서 '자유로운 언론기관'인 의회에 의해 탄압 받기가 십상이었다. 밀턴과 같은 언론의 자유 예찬은 '위대한' 지식인의 자유의 옹호였지, 일반 시민의 권력비판의 자유, 다수자가 증오하는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승인한 것은 아니었다.

흔히들 미국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를 위한 토양이 풍부했을 것이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짐작한다. 왜냐하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간 청교도들 자신이 종교개혁의 급진파였기 때문이다. 신문에 혹독한 세금을 부과했던 영국 정부의 인지법에 대한 식민지인의 저항도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교회와 국가의 분리에 대한 투쟁은 유럽대륙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계속돼야 했다. 국가가 특별히 어느 하나의 종교를 선호하지 않고 모든 종교를 관용할 것은 희망사항이었지, 권리장전 1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완수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또한 미국이 독립한 후에는 언론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필요했다. 프랑스와의 전쟁이 예상되면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1798년 '선동법'이란 이름으로 통과됐다.

이 법률은 이후에도 계속 들먹거려질 '국가안보'에 대한 정의를 보여주고 있다. 즉 "미국 정부, 의회, 대통령에 반하여 글쓰고, 말하고, 출판하는 것이 범죄"라는 것이다. 이 법은 전쟁의 위협이 지난 후 폐지되었지만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마다 이런 류의 법률은 계속 출현했다. 최근 세계를 대상으로 "보편적 민주주의"를 증진하는데 미국의 외교정책을 헌신하겠다는 미국의 '민주주의 증진법'(2005년 3월 미의회 상하원 동시 상정)은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행사할 권리를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해 공식적 비난, 공관장의 소환, 경제제재, 미국 입국 금지 등 갖은 조처를 다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이것을 '본문'으로 읽어야 할까, '각주'로 읽어야 할까?

'선동법'을 치켜든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삼보일배를 하던 울산건설플랜트노조 노동자들이 전원 연행되었다고 한다. 두발자유화를 외치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불온'하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이런 '보통' 사람들에게 신체는 가장 중요한 표현의 수단이고, 그 자신이야말로 자유로운 언론의 기관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거대한 언론사의 데스크를 호령할 수 있는 사람들의 언론의 자유가 '본문'에 있다면, 이들의 투쟁을 '폭도'나 '불온'으로 내모는 선동법이 '각주'에 있는 것이 언론의 자유의 현실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1798년 미국의 선동법(THE SEDITION ACT OF JULY 14, 1798)

"미국에 반하는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란 제호의 법률에 부가되는 법

1. 의회에 모인 미합중국 상·하원은 이와 같이 제정한다. 타당한 권위로 통치되는 미국 정부의 여하한 조치에 반대하거나 또는 미국 법률의 시행을 훼방할 목적으로, 또는 미국 정부의 공직자가 그 책임이나 임무를 인수, 수행, 집행하는 것을 위협 또는 방해할 의도로 누구(들)이든지 불법적으로 결합하거나 공모한다면, 그리고 누구(들)이든지 앞서 언급한 의도를 갖고 반항, 폭동, 불법집회 또는 결합에 조언, 자문, 알선 시도를 하는 자는 그러한 음모, 위협, 자문, 조언, 시도가 의도한 효과를 발생했는지 여부를 떠나 심각한 비행으로 간주되며, 미국이 관할하는 법정에서의 유죄판결에 따라 5천 달러 이하의 벌금과 6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그리고 이 액수와 기간에 적절하게끔 법원의 재량에 따라 동법원이 지시하는 액수의 보석금을 판결할 수 있다.

2. 미국 정부 또는 미국의 의회 또는 미국의 대통령을 비방, 모욕, 불명예스럽게 할 의도로 또는 그들에 대한 반대와 선량한 미국 국민의 증오를 선동할 목적으로, 또는 미국의 법률에 대하여 또는 미국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이나 미국의 법률을 이행하는 데 있어 행해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 반대 또는 저항할 목적으로, 또는 미국의 법률에 저항, 반대, 무효화시킬 목적으로, 또는 미국과 그 국민이나 정부에 반하는 외국 국가의 적대적인 구상을 지원, 고무, 교사할 목적으로 미국정부 또는 의회 또는 대통령에 반대하는 잘못된 중상적이고 악의적인 저작을 쓰고, 인쇄하고, 발언, 출판하거나 그런 저작, 인쇄, 발언, 출판을 입수하거나, 의도적으로 그러한 저작, 인쇄, 발언, 출판을 지원한 자는 누구든지 미국 관할권하의 법정에서 유죄로 판결되면 2천 달러 이상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이하 3, 4항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