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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 영화를 만나다] 4월 반딧불 : 시설 내 아동인권

1996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십자가를 진 아이들(Experimentum Crucis)>은 카자흐스탄의 소년수 수용소에 관한 영화이다. 영화는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들 간 험난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폭력을 강요당하는 소년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소년의 인터뷰는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일상이 얼마나 암담하고 처참한지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캠프 밖으로 나오고 싶어서, 그것이 자신의 몸에 가할 고통을 뻔히 알면서도 철사줄로 만들어진 십자가를 삼킨 소년은 수용소라는 시설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십자가를 진 아이들>의 한 장면 [출처] 원월드 인권영화제 홈페이지(www.oneworld.cz/oneworld/2000)<br />

▲ <십자가를 진 아이들>의 한 장면 [출처] 원월드 인권영화제 홈페이지(www.oneworld.cz/oneworld/2000)



감독 중 한 명인 타라스 포포프(Taras Popov)는 소아과와 아동 심리학을 전공하고, 10여년이 넘게 청소년을 위한 감옥에서 정신의학자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93년부터 격리된 청소년들의 행동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잡은 감독은 그동안 활동하면서 촬영한 비디오 자료를 바탕으로 청소년 수용소 내의 환경을 비판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십자가를 진 아이들>은 수용소 안의 풍경만을 담아내지만, 폭력과 범죄, 약물 남용과 자살과 같은 범죄의 증가는 곧 사회적 불평등과 소외, 억압적 사회 구조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양은 사회적 약자인 빈곤층 아이들임을 이야기한다.

최근 바울선교원으로 불거진 '시설문제'는 시설의 존재 자체가 인권 침해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사회 방위와 보안을 위해 위험한 사람들을 격리시키려는 발상 자체가 사회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더욱 격리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용소 안의 인권은 물론이고 수용소 밖 사회 전반의 아동 인권 역시 심각한 수준임을 최근 들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학교 폭력의 예방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스쿨폴리스, 교내 폐쇄회로 카메라 설치, 영상물 심의 강화 등 오히려 폭력적인 방식인 감시와 처벌을 통해 폭력을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들을 범죄라는 절망의 늪으로부터 구출해 내기 위한 대안을 수립하기는커녕, 사회 불안 요소인 범죄 소년들을 격리 수용함으로써 기존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통제 전략만을 구사하는 수용소의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4월 반딧불은 <십자가를 진 아이들>의 상영과 함께 사회 안전을 위해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던 조치들에 대해서 의문을 던져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 때와 곳 : 4월 30일(토) 3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
△ 상영작 : <십자가를 진 아이들>
△ 부대행사 : 꿈틀 학교의 김선옥 선생님에게 들어보는 시설 내 아동 인권의 문제
△ 상영장 찾아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