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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농성장을 가다> ④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

"'학교 폐쇄'는 대국민 협박"

원영만 선생님. 부르는 말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원영만 위원장'으로 너무 잘 알려진 탓일까. 하지만 그도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선생님'이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참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89년 전교조 결성에 앞장섰다. 그해 구속되어 교직을 떠났다가 94년 '전교조 해직교사 복직' 때 함께 복직됐다. 원 위원장은 "해직 기간 동안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생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원 위원장은 임기를 두 달 남겨두고 있다. 네이스 반대, 교육개방 반대, 입시제도 개선, 교원 구조조정 저지 등 2년 동안 수많은 활동을 벌인 그는 "전교조 위원장 임기가 농성으로 시작해서 농성으로 끝난다"고 전했다. 원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을 주장하며 27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17일부터 31일까지 15일 동안 단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원 위원장은 "전체 학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학교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교육개혁을 이루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학교의 운영권이 법적으로 재단 이사회에 독점적으로 집중돼있어 사립 재단은 임의대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 동해대의 경우 400억 원 이상의 공금을 재단이 유용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수많은 대학들이 사립재단 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원 위원장은 "사립 재단의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은 일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현행 사립학교법이 부패와 비리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사립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부패가 척결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통해 △개방형 이사제 도입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기구화 △교원임면권을 학교장 권한으로 전환 △비리 당사자 학교 복귀 제한 △교원 스스로 교원인사위원회 선출·구성 △'계고 기간 15일' 규정 삭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전교조의 입장이다. 재단 이사회의 비리가 심한 학교의 경우 교육부의 판단에 따라 부분적으로 공익이사제가 도입되어왔다. 하지만 공익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면 비리를 저질렀던 재단이 학교로 복귀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분규의 불씨가 남아있었다. 따라서 '사립학교법 개정'은 그동안 재단 비리와 학내 분규로 몸살을 앓았던 여러 학교의 공통된 요구이기도 하다. 전교조 역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장해왔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4대 개혁입법안'의 하나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원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의 안으로는 사립학교의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단언했다.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애초 제출된 안에서 교육부와 당정협의회를 거치면서 점차 '변질'되었다. 열린우리당의 안은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를 부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을 약화하며 △교원임면권을 여전히 재단에 귀속시키는 등 사립학교의 개혁을 이룰 수 없게 한다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원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의 안은 사립재단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수구·보수세력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한다"며 "그들은 교육자가 아니라 자기 재산 지키기에 급급한 모리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면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이는 국민을 협박하는 낯뜨거운 발언이고 '대국민 엄포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도 "'학교 폐쇄' 발언은 사립재단이 그동안 국민의 교육권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었는지를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고 사립학교법 개정이 왜 필요한 지 다시 한번 증명해주었다"고 밝혔다.

원 위원장은 임기를 이제 두 달 남겨두고 있지만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이라는 험난한 길을 남겨두고 있다. "위원장 임기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 총선 때 '전교조의 민주노동당 공식 지지'가 선거법 위반으로 계류중이라 학교로 바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힘겹게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