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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개발'에 가려진 '발전권'

◐ 범용의 인권이야기 ◑

개발을 명분으로 한 정부와 재계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동북아 중심국가,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복합레저단지, 신도시 건설 등 개발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현 경기 침체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동유연화를 주장하며 파견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고, 출자총액제 완화, 토지수용권 기업부여, 병원 영리법인화 등 각종 특혜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기업도시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재계는 '개발 이윤의 추구'와 '발전'을 동일시하며 개발을 독점해 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개발이 국민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현혹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기업의 뱃살을 찌우고 민중의 허리를 조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중이 개발의 객체로 전락한 가운데,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은 개발을 추진했던 기업의 재산으로 고스란히 전화됐던 것이다.

개발에 대한 국가와 재계의 독점→민중의 참여와 의견 수렴의 부재→개발의 부작용에 대한 무책임과 민중 투쟁의 억압→개발 이익의 사(기업)적 재산화→피해의 민중 전가 및 민중 생존권 악화. 이러한 개발 구조로 인해 민중 중심의 발전 과정은 원천적으로 봉쇄 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인권 침해라고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유엔은 1986년 '발전의 권리에 대한 선언'을 채택하면서, "발전은 포괄적인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과정"으로서, "인간은 발전 과정의 중심적 주체"이며, "발전의 권리는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발전은 단지 개발을 의미하지 않으며, 모든 개인과 집단은 스스로 발전의 대안을 발의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국가는 발전의 과정에 모든 개인과 집단의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의미있는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발전의 권리를 저해하는 국제적인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할 의무 또한 지닌다.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등의 결정과정에서 민중들의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의미있는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은 명백히 국가의 직무유기이며 발전권에 대한 침해다. 우리는 이미 부안의 핵폐기장 반대 투쟁에서, 천성산 터널 반대 투쟁에서, 그리고 새만금 갯벌 살리기 삼보일배에서 발전권 침해에 대한 민중들의 단호함을 목격했다. 발전권을 침해하는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등 또한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정부와 재계는 깨달아야 한다.

◎ 범용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