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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자의 눈> 무산된 '불복종'

사실상 집회금지법이 된 개정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에 저항하는 의미로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아래 집시법 연석회의)'는 28일 오후 6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첫 번째 '불복종 집회'를 준비했다. 이번 불복종 집회는 경찰의 '야간집회 금지 규정'과 서울시의 '서울광장 이용조례'에 대한 불복종의 의미로 기획되었다. 집시법 연석회의는 25일 남대문 경찰서에 야간집회를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집시법 제10조 '야간집회 금지 규정'을 들어 27일 집회 금지를 통보해 오면서 집회 주최측과의 충돌이 이미 예상되었다.

경찰은 28일 집회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집시법 연석회의는 '기자회견'으로 행사를 전환했다. 그럼에도 경찰의 방해는 멈추지 않았다. 주최측이 "기자회견"이라고 공언한 상태였지만, 경찰은 행사장으로 진입하려는 앰프차량을 막는 한편, '개악 집시법 반대'를 형상화한 깡통 쌓기 조형물을 강제로 철거하는 등 내내 위협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연대 이원재 활동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참가자들이 경찰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진행됐으며, 기자회견 도중에 경찰 측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집회'라고 주장하며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방송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측이 '집회'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참가자들 손에 들려있던 '개악 집시법 반대'라는 작은 종이 깃발 때문이다. 깃발을 손이 들고 있으면 집회가 되고 내리면 기자회견이라는 셈.

계획했던 첫 번째 불복종 집회가 기자회견으로 대치된 데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경찰의 원천봉쇄가 예상되면서 기자회견을 한 후 불복종 집회를 하려고 했지만 날씨와 조직화의 부족으로 불복종 집회까지 나아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보면서 과거 불복종운동이 수많은 개인들의 지난한 희생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불복종' 선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비타협과 비폭력의 정신이 퇴색하지 않을 때에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