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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기고 - 평화 릴레이 ①] 내가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이유

[편집자주] 5.29 평택 평화축제를 앞두고 각자의 생활 속에서 '평화'를 전해온 사람들의 '평화이야기'를 3차례에 걸쳐 싣는다.


저는 예전부터 반전(反戰)이 아니라 비전(非戰)을 노래해왔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에 반대하는 소극적인 의미의 반전 예술이 아니라 아예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의 존재 자체부터 인정하지 않는 비전(또는 무전無戰이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이 제가 걷고 싶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반폭력(反暴力)이 아니라 비폭력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비전을 향한 일상적 문화운동이야말로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입니다. 이미 군대와 전쟁을 반대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던 저는 평화에 대한 인식이 깊어짐에 따라 반전예술로 시작해서 결국 비폭력의 문화가 일상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폭력의 문화를 이루는 과정은 철저히 비폭력적이고 중앙의 권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탈집중적이고 구성원들의 자치와 자율에 의해 뿌리내려야 한다고 믿습니다. 소규모 그룹들이 네트워크적인 연대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회가 이런 식으로 전환될 때 비폭력의 문화도 점차 자라날 것입니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저는 기타를 치며 공연을 하고, 전쟁과 군대를 없애자는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만들고 각종 집회에 참가해 사람들과 함께 부르고 있습니다. 한 명이 베풀고 나머지는 관람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교류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저변이 점차 확산되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해서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생활에서 평화와 비폭력이 가진 소중한 의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철저히 탈권위적으로 행동을 조직하고 상호부조의 원칙을 갖고 모임을 만들어 나가면서, 일상적 삶의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군대, 국가, 군산복합체 등이라는 사실을 저를 비롯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와 같은 움직임이 보다 늘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땅의 평화운동이 좀더 활성화되고 강해져야 하겠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비폭력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일텐데, 이들은 전쟁과 군대의 위협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모순된 위치에 처해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비폭력 운동의 가장 좋은 것은 예술활동이 아닌가 합니다. 노래와 춤을 통해서 절로 흥이 나는 것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비폭력 운동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누구와 싸우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각자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모여서 어울릴 수 있는 흥겨운 노래와 춤이야말로 평화 그 자체입니다. 평화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까운 곳에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