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4회 세계사회포럼 소식(하): 뭄바이 달군 인권논의

사회권·발전권 중심 논의 후끈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인권을 주제로 대회 조직위 차원에서 공식 주최한 행사는 인종주의를 제외하고는 없었고, 국제인권단체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회의와 행사들을 조직했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전세계적인 사회적 불안정성과 인권과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서는 모든 회의와 행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특히 주요 국제인권단체들의 사회권과 발전권의 중요성에 대한 주장이 가장 눈에 띄었다.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등 자유권 중심의 활동을 전개해 온 12개 주요 인권단체들이 19일 개최한 '사회 변화를 위한 인권' 패널 토론은 이런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4백 명 가량이 참가한 이 회의의 사회를 맡은 앰네스티 이레네 칸(Irene Khan) 의장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빈곤의 심화 문제는 인권운동이 책임지고 풀어야 할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네덜란드의 바스(Bass De Gaay Fortman) 씨는 "빈곤 그 자체가 인권탄압이다.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인권은 없다"고 강조했다.

무역, 개발 등의 문제에서도 참석자들은 인권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민영화 문제를 주요 인권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아가 토지, 물, 식량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만큼, 이를 쟁취하기 위한 비아 깜페시나(농민의 길)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권 확보 연대조직인 피안(FIAN International)과 앰네스티가 18일 함께 개최한 '인도와 북한에서의 식량권' 세미나에서도 이런 경향은 그대로 드러났다. 북한 식량권 문제를 발제한 앰네스티의 라지브(Rajiv Narayan) 씨는 "북한뿐만 아니라 인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식량 문제를 안고 있다. 앰네스티는 식량 문제를 인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고,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적인 지원단체들이 조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20일 북한 식량문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피안의 한 관계자는 인도 14개 주에서 굶주리는 이들의 식량 확보를 위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며 법원에서 "식량을 쌓아놓고 있는 이들은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곳간을 열어야 한다"는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냈다고 소개했다.

한편 소수자들의 인권, 여성·아동의 인권, 무기거래 반대 등의 논의들도 이뤄졌다. 이들 논의는 영역과 주제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인권이 더욱 후퇴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국제연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신자유주의로 인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목격하고 있는 세계 인권운동 진영이 사회권과 발전권을 중심으로 인권의 논의 흐름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전지구적인 신자유주의가 인권운동의 방향 전환을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이 향후 국제인권운동의 질서와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 볼 만하다. [뭄바이=박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