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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치 풍자 표현물이 선거법 위반?

중앙선관위 경직된 법 적용, 온라인 표현의 자유에 재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가 시사정치 관련 인터넷 사이트인 '라이브이즈닷컴'의 운영자 김태일 씨와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 사이트의 운영자 강상구 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 과도한 선거법 적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중앙선관위는 두 인터넷 사이트가 "물러가라 딴나라", "그러한 나라에 살고싶나요" 등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노래와 특정 입후보 예정자들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게시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며 두 사이트의 운영자를 고발했다. 17대 총선과 관련해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중앙선관위에 의해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탈법적 방법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입후보 예정자 포함)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표현물의 배부·게시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후보자에 대한 비방 또는 허위사실의 유포 등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브이즈닷컴'의 김태일 씨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정치를 풍자하고 패러디하는 작품이 선거법에 저촉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풍자와 해학을 담은 창작물에 대한 임의적인 유권해석으로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금지케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강상구 씨 역시 "예술 노동자들에게는 '생명'이나 다름없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감상해야 할 예술 작품을 감정하듯 다루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정책실장도 "정치적인 찬반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경직된 자세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장 정책실장은 또 "물량 공세를 할 수 있는 여력이 큰 정당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온라인 상에서 '흑색 선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행위와 정치적인 의사 표현과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중앙선관위가 혼탁한 선거문화를 야기하는 선거운동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선거법을 일상적인 정치 활동을 탄압하는 데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사이버 상의 불법 선거운동을 단속한다는 목적으로 '사이버자동검색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10월부터 1일 평균 11만건에 달하는 게시물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장 정책실장은 "기계적으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상의 정치적 표현이 선거운동으로 둔갑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태일 씨와 강상구 씨는 이번 사건이 중앙선관위가 네티즌을 대상으로 제재조치를 취한 첫 사례인 만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 향후 대응책을 모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