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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단속추방 잔혹성 도를 넘었다

생사 위기도 외면…새벽 기습에 합법체류자도 일단 연행

9일 단속추방에 내몰려 생을 마감한 두 이주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또다시 전해졌다.

이날 오전 5시 20분경 서울 종로구 혜화고가 인근 도로변에서 재중동포 김모 씨가 동사한 채로 발견됐다. 김 씨는 이날 새벽 119와 112에 전화를 걸어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낮 12시경, 경기도 남양주시 성생공단에서도 단속을 피해 혼자 숨어있던 방글라데시인 자카리아 씨가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부터 절망의 나락으로 내몰린 이주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는 한편, 생사를 오가는 고통 속에서도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얻지 못한 채 죽어나가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단속추방 과정의 잔혹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달에 이어 지난 8일부터 2차 합동단속에 들어갔다. 1차 단속에서 합동단속반은 서울 성수동과 경기도 일산, 마석 등 조직화된 노동자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 지역을 표적 단속한 데 이어 여기저기서 목표량을 채우기 위한 마구잡이 단속에 나서 어이없이 연행되는 경우가 줄을 잇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을 지원하고 있는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남규 활동가는 "의정부에서는 새벽녘에 경찰이 밖에서 자물쇠까지 절단하고 들어가 잠자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잡아간 일이 있었고, 제조업 종사자들은 단속을 유예해준다는 말만 믿고 일하던 노동자들이 공장 앞이나 기숙사에서 대거 연행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임금체불 문제로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러 가던 이주노동자들이 인근 전철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단속반의 그물망에 걸려든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 안산 원곡동에서는 지난 4일 단속반원들이 상점에 들이닥쳐 물건을 고르던 이주노동자들을 승합차에 실어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게다가 신분확인 절차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합법체류 자격을 획득한 이들까지 무차별 연행되고 있다. 일단 모두 잡아들였다가 추후 신분이 확인되면 풀어주는 방식인 셈이다. '신분을 어떻게 확인해 불법체류자만 단속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출입국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겉모습만 보면 불법체류자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가 슬그머니 전산조회로 말을 돌렸다.

설사 신분확인절차를 거치더라도 사업주가 신분증을 압류해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이들이나 신고된 근무지와 다른 지역에 와 있는 이들도 '일단 연행'의 대상이 된다.

김남규 활동가는 "이런 잔인한 단속은 내년의 고용허가제 시행을 위해 자진출국을 유도하려는 위협용"이라며 "이 모든 상황의 근본 원인인 고용허가제를 폐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