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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내몰린 간병인들, 피난처 찾아 인권위 농성

서울대 사설업체 가입 종용 계속…출입마저 가로막혀

"마지막 피난처를 찾아 인권위까지 왔습니다."

2일 오전 10시 20분경 서울대병원(병원장 박용현) 간병인 10여명이 국가인권위(아래 인권위) 9층 회의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9월 1일 병원 측이 15년 동안 운영되던 무료 간병인 소개소를 일방적으로 폐쇄하자, "환자부담을 늘리고 간병인 생존권을 박탈한다"며 지금까지 본관 앞 농성투쟁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병원측은 간병인들에게 사설업체로 소속을 바꿀 것을 종용해 한때 70여 명에 이르던 조합원이 현재 25명으로 줄어들었다. 간병인노조 정원자 대표는 "병원측이 환자들에게 '사설업체 소속 간병인을 쓰지 않으면 치료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식으로 협박하면서 노조를 무력화시키려 한다"고 고발했다.

게다가 병원측은 지난 10월 간병인들을 상대로 '진료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달 21일 서울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홍훈 부장판사)는 △서울대병원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며 △유료소개소는 소개수수료 등으로 환자측에 웃돈을 요구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무료소개소 폐지 이유가 노조활동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의심이 간다고 인정하면서도, 진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병원 내 시위와 농성, 건물 내 출입 등을 금지해 이들의 의사표현까지 틀어막았다.

또한 이들은 지난 10월 7일 인권위에 서울대병원장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지난 1일에야 인권위 조사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인권위 조사가 끝나는 6개월 후면 이미 사설인력업체가 모두 장악한 후일 것"이라며 신속한 조사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