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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폭력적 노동강도, 남은 건 망가진 몸"

전국 노동현장,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 예고

금속사업장을 넘어 전 사업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근골격계 직업병을 몰아내기 위한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투쟁이 전국의 노동현장에서 준비되고 있다. 27일 서울·목포·군산·울산에서 근골격계 직업병 대책마련과 노동강도 강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린 데 이어, 오늘 마산과 창원에서도 결의대회가 예정되어있다.

27일 서울 근로복지공단 앞에서는 16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노동강도 강화저지와 현장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노동자연대(준)'가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조건 악화가 근골격계 직업병의 급증 원인"이라며 향후 전국적인 투쟁을 조직해나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풀무원 춘천지역노조와 오픈에스이 노조가 참석해 노조원 19명의 집단요양 신청을 승인할 것을 근로복지공단에 촉구했다. 오픈에스이 노조에 따르면, 테이터베이스 입력을 주로 하는 32명의 노동자 중 11명이 최근 근골격계질환자로 판정받았다. 김만수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최저금액으로 입찰하는 관행 때문에 사업비를 최대한 낮추어 용역사업을 따내왔다"며 "결국 저임금 단기간 계약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더 많은 일을 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근골격계직업병은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풀무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1, 2월에 걸쳐 94명의 노동자를 검진 한 결과, 47명의 여성노동자 전원과 30명의 남성 노동자가 근골격계질환자로 나타났다. 풀무원에서 11년째 근무해온 홍춘자 씨는 "4시간 일하고 15분 쉬면서 하루에 12시간씩 서서 두부 등을 만들어 왔다"며 "작업라인에 인원이 줄어도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참았는데, 결국 남은 건 망가진 몸뿐"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뒤이어 열린 결의대회에는 근로복지공단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근골격계 직업병 공동연구단'의 이훈구 단장은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보상기준이 없어 공단은 관행적으로 치료를 강제 종결시키거나 산재환자를 감시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있다"고 비난하고, "직업병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와 재활 중심의 요양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단 등 관련부처에 촉구했다.

실제로 자동차 실내부품을 만드는 한라공조 노조에 따르면,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이 공단의 감시 때문에 병원에만 누워있으면서 심지어 허리디스크를 얻기도 한다. 또, 공단은 병원에 치료를 종결하라는 압력을 행사해 요양이 더 필요한 환자들을 병원에서 몰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숱한 시간동안 폭력적인 노동강도 속에 몸이 으스러져라 일해온 노동자들이 선포한 이번 투쟁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싸움의 시작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