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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서울 뒤흔든 400만 농민의 분노

전국농민대회 10만 참가…농정실패․개방정책 맹공

19일 여의도 둔치공원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이 땅 400만 농민들의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10만여 농민들의 분노와 함성으로 가득 메워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8개 농민단체들로 결성된 전국농민연대가 주최한 이날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은 정부의 기만적 농업정책과 농산물 개방정책을 강력 성토했다.

한국여성농업인연합회 김인호 회장은 "지난 우르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350만명이 농촌을 떠나갔다. 청춘을 바쳐 일하며 거둔 것은 눈덩이처럼 늘어가는 농가부채와 좌절, 서러움과 절망뿐이었"고 "전국 각지에서 한해 100여명이 넘는 농민 형제들이 막다른 죽음의 길에 내몰려 농약을 마시고 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전남 영암군에서 올라온 한 농민 역시 "뼈빠지게 일하고도 남은 것은 빚뿐이다. 이번에 정부가 119조원을 투자한다고 나불대지만 어차피 빚만 더 지우겠다는 짓거리"라며 "농민들을 살리려면 부채부터 먼저 탕감해줘야 마땅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정부가 향후 10년간 농촌에 총 11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농업투융자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이는 절망과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농민들을 기만하는 짓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춘 바쳐 얻은 것은 빚과 절망뿐"

경북 칠곡에서 올라온 한 농민은 "개방해서 외국 농산물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면 농민들은 다 죽는다. 그런데도 윗놈들은 정경유착해서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 궁리만 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지난 10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안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 사실에 대한 불안과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 정현찬 의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이 땅의 농업을 팔아먹고, 4500만 민중들의 생명줄을 팔아먹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농민들의 절규를 외면하는 썩은 정치인들을 반드시 심판하자"고 외쳐 농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전국농민연대 송남수 상임대표 역시 "지금 우리 농업은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농정실패와 농산물 수입개방의 확대, WTO 농산물협상과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 개방 공세로 인해 생사존망의 기로에 처해 있다"고 밝히며 "우리 농업이 살아날 유일한 길은 400만 농민이 단결하고 전 국민이 함께 정부의 농업개방론자들과 투쟁하는 길밖에 없다"며 투쟁 결의를 드높였다.


자유무역협정은 생명줄 팔아먹는 짓

전국농민연대는 이번 대회를 통해 △WTO/DDA 농업협상 등 개방정책 반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강행 즉각 중단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대책 수립 △근본적인 농업·농촌의 회생을 위한 정책 마련 등 10대 요구안을 제시하고, 정부의 성의있는 시행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각각 대오를 형성해 여의도 둔치공원∼공덕동 로타리, 둔치공원∼국회 앞, 마로니에공원∼종묘공원으로 거리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가로막아 극심한 충돌이 발생, 상당수의 농민들이 부상을 입었고, 100여명의 농민들은 연행되기도 했다. 이에 전국농민연대는 철야 노숙투쟁을 거쳐 20일 국회 앞에서 항의집회를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