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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법원, "불법파견이면 직접 고용된 것으로 봐야"

인사이트코리아 해고 노동자, 부당해고 인정받아


'업무 도급'을 위장해 불법적으로 노동자들을 파견받아 사용하고 있었다면, 이미 사업주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반가운 판결이 나왔다.

지난 23일 대법원 제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SK가 '위장도급'의 형식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하여 인사이트코리아라는 법인격을 이용한 것에 불과"해 "실질적으로는 ㈜SK가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로서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며 2001년 11월 1일 지무영 씨등 3인의 원고들을 2년 넘게 사용하다 계약직 노동자로의 신규채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관련기사 본지 2003년 3월 14일자 참조>

재판부는 △인사이트코리아는 ㈜SK와 경영상의 독립성이 없는 사실상의 자회사인 점 △㈜SK가 인사이트코리아로가 보낸 노동자들을 정식 직원과 구별없이 업무지시 등 제반 인사관리를 시행해왔던 점 등을 들어 ㈜SK와 인사이트코리아 소속의 원고들 사이에는 이미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대법 판결은 지난 3월 '불법파견이라도 2년이 넘게 사용했다면 파견법에 따라 파견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울고법 판결보다 한층 더 진일보한 것이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실장도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보호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판결이 나왔다며 크게 반겼다. 주 실장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고제한 등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위장도급이 판치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렸다"며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임이 드러날 경우 곧바로 해당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고용의제조항'을 직업안정법 안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법 판결 이후 협상을 통해 지난 8월 복직된 지무영 씨는 "이제서야 고용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고 안도하면서도 "정부가 불법파견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궁극적으로는 파견법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