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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해외민주인사 묶인 발 풀자

귀국보장, 명예회복 추진위 출범…'반성문' 강요중단 촉구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산천이 더욱 그립습니다. 고향의 흙 냄새를 실컷 한번 맡아보고 싶습니다."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는 곽동의 한통련 의장. 7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 결성식에서 곽 의장은 일본으로부터 보내온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4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추진위가 이날 발족함에 따라 해외 거주 민주인사들의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추진위가 현재까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는 해외민주인사는 64명.

추진위 공동대표를 맡은 강정구 교수(동국대 사학)는 "8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는 진전됐지만 역사의 민주화는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해외민주인사들이 귀국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국내 반독재 투쟁인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명예회복의 성과가 있는 데 반해, 해외라는 더 열악한 상황에서 활동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명예회복은커녕 입국조차 허가되지 않고 있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날 결성식에서는 입국의 조건으로 강요되고 있는 반성문 형태의 준법서약에 대한 집중 비판도 이뤄졌다. 곽 의장은 "(귀국하려면) 반성문을 쓰라고 하는데, 반성문을 쓰는 것은 미래의 민주화 운동에 큰 해가 되는 것 아니냐? 그것만은 못하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독일에 있는 송두율 교수도 서신 메시지를 통해서 "준법서약서 폐지가 한국국적의 해외동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최근의 유권해석은 민주와 통일을 이룩하는 긴 투쟁을 국내와 해외로 나누어 보려는 태도이고, 이것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보편적인 인권으로 보지 않으려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추진위는 귀국 허가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이들 해외민주인사들의 명예회복까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스, 이란 등의 민주인사들이 10년 정도 독일에 머물다 귀국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33년 동안이나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는 김성수 재독귀향촉진회 상임위원은 "대한민국은 잔인한 나라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영상메시지에서 털어놓았다. 김 위원은 "세월이 흐르다 보니 죽고 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며 귀국보장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해외민주인사들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 사안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한가위를 즈음한 9월 18일∼20일을 1차 귀국 추진시기로 잡고 해외민주인사의 현황 파악과 법률적 대응, 정부 관련기관과의 교섭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