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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연재] 국가인권위원회 들여다보기 : "466일간 가죽수갑 채운 것은 인권침해"

인권위, 헌재에 계구 사용 관련 의견서 제출키로

466일간이나 금속수갑과 가죽수갑에 묶인 채 수감됐던 정모 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이러한 계구 사용은 행형법 위반이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키로 했다.

정 씨는 지난 2000년 3월 7일부터 이듬해 6월 18일까지 총 4백66일간 광주교도소와 목포교도소에서 계구를 착용한 채 수감된 바 있다. 이에 정 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한편, 인권위에도 지난 2001년 12월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9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구금시설 수용자에 대한 과도한 계구 사용으로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 특히 정 씨의 진정과 관련해 이달 12일경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 씨는 2000년 2월 재판 도중 교도관에게 상해를 입히고 탈주, 같은 해 3월 7일 체포되어 광주교도소에 재입소하면서 '금속수갑'과 '가죽수갑'을 착용하게 됐다. 이후 정씨는 2001년 6월 18일까지 계구를 사용한 채 수감생활을 해야 했으며, 이중 462일간은 가죽수갑에 묶여 지내야 했다. 특히 계구사용 후 처음 26일 동안은 단 한 차례도 계구를 해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계호의 목적이라 할지라도 466일 동안이나 계속해서 계구를 사용한 것은 필요 이상으로 정 씨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위는 4백일이 넘게 정 씨에게 채워졌던 가죽수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죽수갑은 양팔의 팔목에서 팔꿈치까지를 가죽띠로 묶어 허리에 고정시키고, 다시 양 손목을 쇠고랑으로 묶는 계구를 의미한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특히 가죽수갑의 착용은 수용자의 팔과 허리를 완전히 밀착시켜 묶어 놓음으로써 수용자를 운동불가 상태로 만들고, 상반신을 완전히 제압하여 식사, 세면, 수면이나 용변 등 인간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활동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현재 사용되는 가죽수갑은 행형법에서 계구의 종류로 규정한 '수갑'의 문언적 의미를 넘어서는 것으로, 행형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러한 의견은 가죽수갑 사용을 금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이상희 변호사는 "결국 인권위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계구의 문제를 짚은 만큼, 관련 규칙이나 행형법의 개정까지 정책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나아가 국제인권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사슬의 사용을 금한다든지, 안면보호대의 사용이후 수용자의 정신적 고통을 생각해 의사의 진단을 받도록 하는 보완규정을 마련하는 등 인권위가 개정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위원회는 내달 구금시설 수용자에 대한 계구 사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에 관해 공청회를 개최, 계구 사용과 관련한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