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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헌재, '불법파업 제조기' 옹호

노동권 탄압 현실 외면한 채 "직권중재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아래 헌재)가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의 정당한 단체행동권 행사를 가로막아 왔던 '직권중재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 직권중재제도의 남용을 더욱 부추길까 우려된다.

15일 헌재는 직권중재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62조 3호와 75조에 대해 5대 4 다수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2001년 11월 서울행정법원 제4부(부장판사 조병현)가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쟁의에 대한 중재회부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심리하던 중, '위의 두 조항이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데 따른 것이다.

직권중재제도란 병원, 방송, 가스, 철도 등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사업장에서 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직권중재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들 노동자들은 15일간의 중재기간 동안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이후 중재 재정(裁定)이 내려지면 쟁의행위가 완전 금지된다. 이에 따라 직권중재제도는 사용주들의 불성실한 교섭 자세와 불법파업을 유도, 이후 노동자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구속·수배 등을 양산케 함으로써 '불법파업 제조기'라는 악명을 떨쳐왔다.

그러나 헌재는 결정문에서 "우리나라의 노사여건 하에서는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하여 쟁의행위에 이르기 이전에 노동쟁의를 신속하고 원만하게 타결하도록 강제중재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공익과 국민경제를 유지·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며 직권중재제도의 위헌성을 부정했다.

반면, 한대현 등 4인의 재판관은 소수의견에서 "중재회부결정이라는 행정처분에 의해 일률적으로 모든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시 불법 쟁의행위로 간주하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여, 입법목적상 규제하고자 하였던 필수공익사업의 전면적 파업뿐 아니라 모든 쟁의행위를 무차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바, 이러한 제한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준수하여 할 최소침해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 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지난 96년에도 5인의 헌재 재판관은 직권중재제도가 위헌이라는 판단했으나, 위헌결정 정족수인 2/3에 이르지 못해 합헌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러한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노총, 공공연맹, 보건의료노조 등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헌재의 보수적인 결정을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직권중재제도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정면 부정하는 노동탄압 수단으로서 ILO에서도 여러 차례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며 "이번 결정은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한 반노동자적 결정"이라 질타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헌재가 쟁의권을 인정하면서도 공익 목적에 따라 이를 조정할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쟁의권의 전면 박탈을 인정했다"며 "법개정을 통해 쟁의권을 되찾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