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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연재] 국가인권위원회 들여다보기 : 인권위 몫은 '대립 조정' 아닌 '인권적 판단'

NEIS에 대한 정책 판단, 인권 원칙에 충실해야


오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전원위원회의에서 채택될 NEIS 관련 정책권고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만여 교사들의 인증 거부, 20만여 학부모와 2천5백여 학생들의 정보입력 동의거부의 뜻을 밝히는 등 정보주체들의 NEIS 반대 직접행동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강행을 고집하고 있는 교육부가 "인권위의 권고안을 존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인권위의 판단은 NEIS 시행에 있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권위는 지난 2월 19일 인권․사회단체와 전교조가 진정을 접수한 이래 약 3개월에 걸쳐 NEIS의 인권침해 여부를 검토해왔다. 지난 달 8일에는 교육부와 교사․학부모 단체․전문가 등이 참석한 청문회를 개최해 NEIS를 둘러싼 대립된 쟁점들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NEIS 문제를 2차례에 걸쳐 안건으로 상정하고서도 어떤 결정도 내놓지 못한 채 판단을 유보해왔다.

전국 수많은 학생․학부모의 인권문제가 걸린 사안인데다 교육부와 전교조․인권사회단체 간의 입장대립이 첨예한 만큼 NEIS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인권위가 계속 판단을 미뤄오면서 교육부의 NEIS 강행과 그에 따른 학교현장의 불필요한 갈등을 두고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동안 인권위가 보여준 행보는 '정치적인 부담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러한 우려는 지난 28일 열린 전원위원회 회의 이후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인권위원들이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한 전교조 측에 쏟아낸 질문은 NEIS의 정보 집중과 인권침해에 대한 것보다는 "NEIS 운영 중단 시 수시 모집 및 대국민 서비스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교육부의 주장을 되묻는 데 집중되었다.

NEIS가 야기하고 있는 인권침해의 핵심이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집중 자체에 있는 만큼, 인권위의 몫은 그러한 개인정보의 집중이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 때문에 수시 모집이나 대국민 서비스 등 인권침해와는 거리가 먼 부수적인 행정의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나선 인권위원들의 태도는 인권의 원칙보다 현실적인 고려에 치우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NEIS 찬반 진영의 팽팽한 대립 사이에서 눈치보기식 권고안이 나올지 모른다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전원위원회에 참석했던 전교조는 NEIS 중단이 불러올 수 있는 행정문제에 대한 인권위원들의 질의에 대해 "기존의 학교별 행정정보시스템으로도 수시 모집이나 대국민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설사 NEIS 중단으로 인해 행정적인 불편함이 따른다 해도 인권위의 판단은 그것에 좌지우지되어선 안될 일이다. 행정편의를 위해 인권을 희생시키는 데 손을 들어주는 것은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사안이 민감할수록 인권위는 대립하는 입장을 조정하는 데 나설 것이 아니라 인권의 원칙 위에 보다 올곧게 서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