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일본군 성노예·강제징용, ILO에서 해결하자!

강제노동금지조약 위반으로 총회 상정 위한 국제심포지엄 열려


일본군 성노예와 강제징용 문제를 ILO(국제노동기구) 총회 의제로 상정하기 위한 노동계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17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캐나다, 네덜란드 등 외국 노총들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 사회단체들과 함께 '일본군 성노예·강제노동 피해자 문제 해결과 ILO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올 6월에 개최되는 ILO 총회 의제로 일본군 성노예·강제징용 문제를 상정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ILO에서 일본군 성노예와 강제징용 문제가 처음 논의된 것은 지난 95년. 그해 일본 오사카 영어특수학교 교사노조(OFSET)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ILO에 제기하자, 이듬해 'ILO 전문가위원회'는 이 문제를 강제노동을 금지한 ILO 29호 조약 위반사항으로 결론지었고, 99년에는 강제징용 문제 역시 같은 조약 위반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일본 정부와 사용자측의 강력한 반대뿐 아니라, 일본노총의 소극적 자세로 의제 상정이 가로막혀 왔다. 99년 노동자위원회에서 많은 외국 노총들의 지지를 얻으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총회 의제로 상정하고자 했을 때는 일본노총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격론을 거듭하다 2001년 노동자위원회에서 어렵사리 의제 목록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을 때는 다시 사용자위원회가 (노동자위원회에서 결정한 의제 목록을 그대로 통과시키던) 관례를 뒤집고 상정에 반대했다.

그러다 주요한 전기가 마련된 것이 바로 지난해. 당시 일본노총은 올해 노동자위원회가 의제 상정에 합의하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전향적 자세를 보였고, ILO '기준적용위원회' 산하 노동자위원회와 사용자위원회도 다음해 의제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 문제가 올 6월 ILO 총회에 상정될 수 있는 호조건이 형성됐고, 그리하여 올해가 ILO에서의 일본군 성노예와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노총 이창근 국제부장은 "ILO의 핵심 조약인 강제노동금지조약을 위반한 사례면서 전문가위원회가 무려 6차례나 보고서를 제출할 만큼 중대 문제로 간주한 이 문제를 ILO가 정치적 이유로 다루지 않는다면, ILO의 존재 의미 자체가 무색해질 것"이라며 "ILO는 선진국에 의한 조약 위반 사례까지도 다룸으로써 국제노동기준에 대한 보편적 감시·감독기구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제부장은 또 "세계 곳곳에서 무력분쟁 하의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ILO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의미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ILO가 이러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개발도상국의 노동문제만 주로 다루어왔던 ILO의 편향성도 문제이고, 강경한 반대입장을 표명해 왔던 일본 정부의 입장이 올해라고 해서 특별히 변화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노총 역시 이 문제가 29호 조약 위반임은 명백하지만, ILO에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물론 지난해 일본노총이 전향적 자세로 돌아섰지만, 일본노총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한국 주최측은 일본노총이 참가할 수 있도록 온갖 배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일본노총은 회의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돌연 약속을 뒤집고 불참 의사를 통보해 왔다.

이에 따라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올해 이 문제가 ILO 총회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와 사용자측은 물론이고 일본노총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