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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우편엽서에 등장한 국정원 '대공' 광고

"냉전적 국가 신고체계, 대민 불신만 조장"


길거리 계도간판, 버스의 간첩신고 포스터, 지하철의 국정원 안내방송에 이어, 국민 사이의 감시와 불신을 조장하는 '대공신고' 광고가 우편엽서에도 등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우편엽서 50장을 사기 위해 서울의 한 우체국을 찾은 인권단체 활동가는 장당 1백50원에 우편엽서를 구입할 수 있었다. 보통 우편엽서는 장당 1백60원에 판매된다. 이에 그 활동가는 '이 엽서는 왜 10원이 싼 거예요'라고 물었고, 우체국 직원은 우편엽서를 가리키며 '거기 있는 광고 때문에 그럴 거예요'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우편엽서 왼쪽 아래편에는 6×3센티미터 직사각형 크기로 간첩 및 좌익사범에 대한 신고상담전화를 알리는 '국정원 광고'가 인쇄되어 있었다.

이른바 '대공엽서'에 대해 국정원 쪽은 "지금까지 국정원에는 신고전화, 민원전화, 안내전화 같은 것이 7개 종류가 있었는데 이번에 하나로 통합됐다"라며, "그래서 새로운 전화번호가 생겼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주기 위해 홍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엽서홍보는 다른 국가기관이나 기업도 많이 이용하고 있고, 우체국에 가서 '사느냐, 안 사느냐'는 고르는 사람 마음"이라며 대공엽서 발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우정사업본부 우표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지역에 5만장 이상을 주문하고 장당 30원씩만 내면 국민 누구나 우편엽서에 광고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기관이나 기업에서 광고의뢰가 들어오며, 국정원은 1년에 1번 정도씩 엽서홍보를 한다고 한다. 광고우편엽서에 대해 우체국은 10원을 할인해서 판매하게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 안주리 사무국장은 "국정원이 우편엽서를 활용해서 그런(냉전의식을 조장하는) 내용을 홍보하는 것은 공공성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기에 과도한 측면이 있다"라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냉전의식이) 그런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각인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93년 안기부에 의해 조작·발표된 '남매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김삼석 씨는 "국민이 국민을 감시하고 예의주시케 하는 신고를 통해서는 대민불신만 조장한다"라며, "시대에 역행하는 냉전적 신고체제는 당장 그만 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신뢰나 국민의 단합을 도모하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며, 국민들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는 신고체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단결을 앞당길 수 있는 투명한 정책과 행정을 강조했다.

또한 최연소 장기수로 99년 출소한 강용주 씨는 "지하철에 가면 '신고하라'는 <웃는 얼굴>이 그려진 그림과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이런 것도 공익광고냐"라며, "어렸을 때 동네 앞에는 「이웃집에 오는 손님 간첩인가 다시 보자」는 간판이 있었는데 (대공엽서도) 결국 어투만 바뀌었지 똑같은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