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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새 인권위원, 또 '덜컥 발표'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선절차 보장해야


국가인권위원회의 새로운 인권위원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밀실인선이 되풀이 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1월 30일 사임한 이진강 인권위원의 후임으로 류국현 변호사를 임명했다는 소식이 16일 알려졌다. 발표된 바에 따르면, 류 변호사는 영월지청장, 법무부 인권과장, 강릉지청장 등을 거쳐 최근까지 김 앤 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국가인권위 심상돈 총무과장은 "사임한 이진강 위원이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기 때문에 이번에 류 변호사도 대통령이 지명, 임명했다"며 "청와대에서 새 인권위원을 임명하기 전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심 과장은 "인권위원에 대해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긴 하지만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의미로 보자면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는 상황에서 의견을 묻고 반영하는 절차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따르면, 국회가 선출하는 4인,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중간에 어떤 위원이 사임하면 그 위원을 선출하거나 지명한 기관에서 새로운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선정한 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애초 국가인권위 설립 전, 민간단체들은 △각 분야 민간단체의 대표자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추천한 복수 후보자 가운데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국회법에 의한 인사청문절차와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이런 내용은 현행법에 반영되지 못했다.

한편, 인권활동가 및 전문가들은 또다시 새로운 인권위원이 아무 검증절차 없이 임명된 것에 대해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산인권센터 송원찬 활동가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느닷없이 새 인권위원이 임명됐다고 하니 당혹스럽다"며 "지난 해 국가인권위 출범 전에도 인권위원 인선이 투명하지 않게 진행됐는데, 이번에도 또 비민주적인 전철을 되밟는 것이냐"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는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며 활동해야 할 국가인권위의 위원들은 국민들과 의사소통하면서 뽑혀야 한다"며 "현재 인권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다고 인선 과정에서 인권위원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인권단체나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이날 성명을 내 "'공개적이고도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인권위원을 인선하는 것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요구"라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인권위원 인선절차 규정은 인사청문회를 포함하여 개정·보완돼야 하며, 법 개정 이전에라도 청와대와 국회, 사법부는 인권위원에 대한 공개적 검증절차를 스스로 거쳐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