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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지촌 '이주여성' 인권실태 폭로

10개월 걸친 현장조사, 보고서로 발표돼

성매매 강요, 감금과 감시, 폭행…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인권의 사각지대로남아있던 기지촌이 한국여성 대신 외국인 이주여성들로 채워지고 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10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11일 낮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1'에서 이들의 인권침해 실상을 폭로했다.

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루어진 이번 조사는 올해 3월부터 시작됐으며, 이날 발표회에서는 최종보고서가 제출됐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조진경 간사는 "2명의 필리핀인과 1명의 호주인이 현장에서 직접 조사를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해 조사과정이 상당히 위험했음을 암시했다. 조사 대상은 필리핀 여성 70명. 이 중 30명은 현재도 기지촌에서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태원에서 일하다가 대사관으로 도망친 위니(16세, 모두 가명)는 입국 비용의 명목으로 2개월 동안 전혀 급료를 받지 못했다. 평택에서 일하던 치키(27세)는 업주로부터 '바 파인'(한국에서의 2차)을 강요받아야 했고, 이것은 실질적으로 성매매 강요나 다름없었다. Y 클럽에서 일한 라에(18세)는 밤 9시만 되면 강제적으로 스트립쇼를 해야 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기지촌의 필리핀 이주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로는 급료의 착취, 강제로 할당되는 판매량, 성매매 강요, 자유시간의 제한, 감금·감시 등이 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클럽이 엄청나게 긴 노동시간에 비해 한달에 1일 정도의 휴일만을 허락하고 있고 이마저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각이나 결근을 하면 언제든지 언어적, 신체적 폭행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Y클럽에서 일한 라에의 경우 손님과 맘에 들지 않는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유만으로 12시간 동안 불이 꺼진 방에 감금당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필리핀 여성들이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90% 이상은 알콜 중독이거나 약물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 국제이주기구 서울사무소 고현웅 소장은 "필리핀 여성 뿐 아니라 러시아 여성들도 큰 문제"라며, "그나마 필리핀 대사관의 노력 덕분에 필리핀 여성들에 대한 문제는 주목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나 다른 구소련 연방 국가들의 대사관은 묵묵부답"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레방 유영님 원장은 "이주여성들이 오기 전에는 한국여성들이 그 자리에 있었고 아직 많은 한국 여성들이 기지촌에 있다"며, 기지촌 내 한국여성의 문제에도 함께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