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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선불금, 여성들 성매매 강요 족쇄

유흥업중앙회의 성매매 피해자 명단 공개 규탄


최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아래 유흥업중앙회)가 선불금을 받고 달아났다며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명단을 공개 배포한 것과 관련, 여성단체들은 9일 서울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불금에 묶여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여성들이 없도록 관련 업소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경찰과 검찰에 촉구했다.

룸살롱이나 유흥주점, 단란주점의 업주들로 이루어진 유흥업중앙회는 자신들의 회보 '서비스 월드' 11월호 부록으로 '선불금 도주 용의자 수배'라는 이름의 명단을 1만여부 만들어 배포했다. 이 책자에는 남성 4명을 포함한 2백88명의 이름·주소·전화번호·주민번호·사진·인상착의 등이 실려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움터 김현선 대표는 "성매매업소의 업주들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 수백만원의 수입을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높은 이자와 각종 벌금, 보증강요, 지출강요 등으로 여성들의 빚, 이른바 선불금을 늘린다"며 "심지어 여성들끼리 맞보증을 서게 한 뒤 한 여성이 도망을 치면 다른 여성에게 그 빚을 씌우고 다른 업소에 팔아 업주가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일도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고 실태를 알렸다.

여성단체연합 이오경숙 상임대표는 "이러한 착취와 성매매 강요를 견디지 못해 여성들이 도망을 치면 업주들은 여성들을 사기죄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선불금 액수가 2천만원만 넘어도 긴급체포령을 내려 여성들을 붙잡곤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선 대표는 "선불금은 여성들을 업소에 계속 묶어두며 이익을 취하기 위한 불법채무이므로 사기죄가 성립될 수 없다"며 "오히려 여성들을 사고 파는 업주들이 인신매매로 조사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윤락알선, 강요, 윤락장소 제공, 윤락이익을 취득하는 자와 이에 협조하는 자의 윤락여성에 대한 채권은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이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적용된 예는 드문데, 올해 상주지청 구자헌 검사가 성매매 업소에서 도망쳐 사기죄로 고소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불기소 처리하는 한편 소개업자를 폭력·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주목받은 바 있다.

유흥업중앙회는 명단을 공개한 책자에서 "유흥주점 선불금은 매춘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락업소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북여성연합 성매매여성 인권지원센터 정미례 소장은 "여성단체들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유흥업소들의 99.3%가 성매매업소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올 1월 화재참사가 난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의 경우도 모두 유흥주점으로 등록돼 있었다.

한편, 유흥업중앙회는 자신들에 대한 비난 여론에 책자를 급히 수거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미 1만여부가 배포된 상태라 명단이 공개된 여성들의 사생활 침해 등은 원상회복되기 어려운 상태다.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매매방지법 제정특별위원회 등은 "경찰과 검찰은 이 책자를 즉각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제작 경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없도록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