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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추행 피해 여학생 7명, 경찰청장 고소

여성․인권단체 대표도 고발장 제출


연세대 사태에서 경찰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 당사자 7명이 박일룡 경찰청장과 현장 진압 책임자, 8월 20일 종합관 진압경찰들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공공밀집장소에서의 성추행, 이에 대한 공범(교사, 방조)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지은희 대표, 한국교회인권센타 박형규 목사 등 8개 단체 대표 9명도 고소인들과 같이 경찰청장 등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22일 오전 10시 여성평화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을 고소․고발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했다. 대표 고발인인 지은희 여연 공동대표는 “익명이 보장되어 있는 다수의 경찰이 지극히 비인권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하였으며,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감과 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피해 여학생들이 경찰에게 ‘밑을 도려내겠다’는 등의 언어폭력을 당했는데, 이러한 성적 언어폭력은 여성으로서의 자긍심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발언으로서 당시 극도의 공포상황에 놓여 있는 피해자들의 상태를 볼 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리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신적 피해 심각

양해경(한국여성민우회)씨도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는 법을 집행해야 할 공권력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더욱 감춰지기 쉽고 피해자 잘못으로 왜곡되기 쉽다”면서 “경찰이 저지른 성추행 범죄는 아무리 시위현장의 진압논리로 무마시키려 하여도 가장 근본적으로 국민의 인권을 지켜야 할 경찰의 본분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고소인으로 참석한 K대 박아무개(22), S대 정아무개(22)씨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결단이었다”면서 “하지만, 검찰 조사과정이 매우 힘들더라도 우리의 결단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공권력에 의한 성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고소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추가고소․민사소송 준비

한편, 8월 연세대 사태 이후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인권피해조사를 실시, 지난 9월 13일 1백8건의 피해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법적인 대응을 준비해왔다. 특히 지난 10월 경찰청 국감장에서 야당의원들이 경찰의 성추행 부분을 폭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자 여학생들을 설득, 고소․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들 인권․여성단체들은 성추행 부분에 대한 추가 고소와 인권피해 전반에 대한 고발, 민사소송 등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검찰의 수사태도 여부가 주목된다.


■ 고소 여학생 증언 요지 ■


K대 박아무개 씨 = 8월 20일 새벽, 종합관에서 연행되어 내려올 때 가슴을 더듬고 쥐어뜯는 것에 항의하자 전경이 뺨을 때려 고막이 찢어졌다. 경찰서에서 나온 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후 나 자신이 경찰만 보면 피하고 싶고, 세상의 모든 남자가 다 성추행할 것 같은 두려운 상대로 다가왔다. 지금도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그런 일을 당하고 석달이 지난 지금 도저히 아무 일이 없었던 듯이 살 자신이 없다.


S대 정아무개 씨 = 옥상에서 연행되어 내려오는 중에 고개 숙이고 내려오는데, 앞에서 전경들이 여학우들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것을 봤다. 나도 전경이 가슴을 만져 순간적으로 “씨-”하고 불쾌한 소리를 내뱉자 전경들이 곤봉으로 머리를 두들겨 팼다. 계단을 다 내려올 때까지 그리고, 강남경찰서에서 욕과 성추행을 당하며 지냈다. 성추행을 당한 여학우들이 모두 우리와 같이 괴로워할 것이다. 검찰에 가서 조사받는 것도 걱정되고, 부모님이 아시면 어떨까도 걱정되지만, 여성으로서의 자긍심을 짓밟는 이런 성폭력은 피해 당사자들의 고소로 사라질 것이란 생각으로 함께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