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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도풍', 근본원인은 국정원에 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도청의혹을 계기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인권단체들이 가장 많이 받는 상담사례가 '내 머리에 도청장치가 들었어요' 식의 도청의혹인 것을 정치권은 알고 있는가. 근거를 대지 않는 한나라당이나 구린 구석 가리기에 급급한 국정원이나 국민들의 의혹과 두려움에 대답을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펼치는 악선전이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 근본원인은 국정원 자체에 있다. 불법사찰이나 도청의혹의 주범으로 국정원이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국정원의 정보수집 대상이 광범하고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국정원은 국외정보 뿐만 아니라 대공, 대정부 전복, 대테러 등 국내보안정보의 수집 업무를 담당한다. 내란죄, 외환죄, 반란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까지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찰과 도청이 국정원의 일상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지김, 인혁당 사건 등은 이미 명백히 밝혀진 조작사건들이다.

국정원이 도청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다른 원인은 국정원이 국민의 통제 밖에 있다는 사실이다. 국정원의 조직 및 정원은 비공개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의 예산을 심의하나, 이 또한 공개되지 않는다. 게다가 국정원장은 국회 예산결산심사 및 안건심사와 감사원의 감사에 있어서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말 한 마디로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김영삼 정권도 김대중 정권도 출범 초기에는 국정원을 개혁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그러한 개혁의지는 어느 순간부터 국정원에 대한 짝사랑과 비호로 바뀌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것이 국정원의 개혁을 통치권자의 의지에 맡겨둘 수 없는 이유다. 통치권자의 '변심'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제도적 개혁을 이뤄야 한다. 국정원이 국내문제에 아예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도청문제와 그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을 뿌리뽑을 수 있는 해법이다.

도청은 정치공방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 인권의 문제이다. 국정원 개혁은 근본적이고 단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