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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무더기 불합격, 멈춘 휠체어리프트

관련기관, 1년이 넘게 휠체어리프트 안전검사 미뤄


22일 오후 2시 지하철 2호선 서울시청역 6번 출구. 피노키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만훈 소장이 휠체어 리프트의 버튼을 누르고 2~3분이 지났지만 리프트는 올라오지 않았다. 정 소장 등 장애인이동권연대(아래 이동권연대) 소속 장애인, 비장애인 20여명과 기자들이 시청역 아래로 내려갔더니, 지하철역 직원이 “불합격판정을 받아 운행이 정지됐다”라고 말한다. 4명 내지 6명이 장애인들이 탄 휠체어를 앞뒤에서 힘들게 들고 내려가서 확인하게 된 결과다. “이게 시청역에서 출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리프트예요.” 한 장애인이 말했다. 결국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시청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는 셈이다. 이는 시청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월 오이도역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추락참사 이후 개정된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기존에 설치됐던 모든 휠체어 리프트는 올해 10월 18일까지 ‘완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 18일 승강기안전관리원이 발표한 검사결과는 처참했다. 검사대상 리프트 1천4백85대 중 1천3백87대의 검사 결과, 8백61대가 불합격, 2백99대가 보완 지시를 받은 것. 그리고 98대는 법이 정한 안전검사조차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동권연대 엄태근 사무국장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관련기관들이 1년 간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도 안전검사를 미루고 휠체어 리프트의 심각한 안전상의 위험을 방치해왔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산업자원부 산업기계과 담당자는 “검사 불합격된 것은 정지하고 보완 지시를 받은 것은 일단은 안전요원을 배치해 연말까지 임시로 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지난해 1월 오이도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참사 이후 장애인단체들은 위험성이 높은 장애인용 휠체어리프트를 철거하고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주장했다”라며 “그런데 정부는 이를 묵살하고 기존에 설치돼 있는 리프트의 안전규정을 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더니 이젠 일방적으로 정한 법규정마저도 스스로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나아가 이동권연대는 성명을 발표, “휠체어리프트 완공검사 보완이라는 편법으로 ‘장애인의 이동대란 사태’를 모면할 것이 아니라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1년 이상의 유예기간 동안 최소한의 안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와 관련기관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