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논평> 장애인에게 이동은 생명이다


수많은 인파와 차량이 오가는 서울시청 앞 광장. 그곳이 내려다보이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휠체어에 탄 중증 장애인들이 13일째 굶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그 인파와 차량 속에 속하고 싶다는 것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언제 떨어져서 죽을지 모를 위험한 리프트를 방치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 앞서, 리프트에서 떨어져 죽은 장애인 앞에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제발' 사과 한마디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서울시와 국가인권위의 대응은 잔인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는 농성을 풀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며 이들의 요구에 귀를 막고 있다. 그러던 서울시가 이명박 시장의 공약사항이라며 '장애인전용 콜택시'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한다. 당사자의 요구에는 귀를 막고 자기 계획대로만 하겠다는 것인가?

이명박 시장의 공약사항 대로, 서울시에 장애인 전용 콜택시 1백대가 운행된다고 하자. 서울에 거주하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7천여 명이니, 이들은 하루 한 번 그 택시를 이용하는데 7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정부통계만으로도 장애인 실업율은 30%를 육박하고, 취업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형편이다. 서울시가 아무리 요금보조를 해준들, 이들에게 장애인전용 콜택시는 사치스런 교통수단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은 '사회통합'을 원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딱지가 늘어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들이 지금 목숨을 걸고 요구하는 것은 노인·아동·임산부 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시설, 다시 말해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지하철역 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일이다.

서울시의 냉담함에 지친 장애인들이 '마지막 심정'으로 찾아간 국가인권위는 또 어떤가? 위원장실에서 시작된 농성을 직원휴게실로 내모는데 성공하더니, 금주 안으로 국가인권위 전사무실에 '전자출입 차단장치'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는 농성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한다.

지난 1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 후 아직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너무나 발빠른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속도와 성의를 장애인 이동권에도 보여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장애인에게 이동은 사치가 아니라 생명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국가는 그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할 의무가 있다. 오늘로 단식 13일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