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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에 부쳐


기약 없이 연장되는 징벌방 수용, 가혹행위, 치료의 손길에 속이 타는 구금시설의 실태가 우리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지난 24일 '유엔고문방지조약 선택의정서'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를 통과했다. 이 선택의정서는 올해 말 유엔총회를 거쳐 20개국 이상이 비준하게 되면 국제법으로 발효된다.

1984년 채택된 유엔고문방지조약이 고문방지를 위한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면, 이번의 선택의정서는 그 실효적 방법으로서 구금장소에 대한 전 세계적인 감시제도의 확립을 목적으로 한다. 즉 어느 국가의 관할 하에 있는 장소이든지 공적기관에 의해 자유가 박탈당한 이들이 구금되어 있는 장소라면 국제기구가 사전통고 없이 방문하여 조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짐으로써 고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조건을 개선하고 고문행위에 책임을 질 지위에 있는 자에게 방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선택의정서의 채택과정에서 반대와 기권과 찬성표를 골고루(?) 던지는 일관성 없는 자세를 보인데서 드러나듯 국가주권의 제한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가들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인권에 대한 국제적 기준의 설정과 그 이행을 위한 조치는 인권이 국가주권보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정의에 기초하고 있고, 진정한 주권의 행사는 국제기구의 방문을 꺼림칙하게 여기는 회피와 버티기가 아니라, 자국의 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고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거리낄 것 없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있다. 실제로 국제기구의 방문조사는 결코 위반사실에 대한 비난에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요, 일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침해나 월권에 있는 것도 아니다. 방문조사에 있어 비밀유지의 원칙과 협력의 원칙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문방지를 위한 법적·행형적 구조를 확립하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구조개선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에 조언을 줄 수 있는 국제기구에 개방적으로 협력하는 일은 선택의정서가 있고 없음을 떠나 취해야 할 조치이다.

국내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구금시설에 대한 실지조사를 강화하고, 국제기구가 방문하고, 또 민간단체가 찾아갈 수 있을 때, 그렇게 감시의 눈과 발이 자주 드나들수록 구금시설에서 고문과 비인간적인 처우 및 처벌이 꽈리를 틀 여지는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선택의정서에 던진 '찬성'표의 의미를 살리는 후속노력에 힘을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