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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끝내야 할 한총련 사냥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생들의 대규모 구속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라는 대학생 자치조직에 달라붙은 '이적단체' 꼬리표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10기 한총련 의장이 이미 이적단체 가입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데 이어, 얼마 전 검찰은 전국의 한총련 대의원들에게 한총련 탈퇴를 종용하며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한다.

검찰은 △남한 사회를 '미제국주의 식민지'로, 현 정권을 '친미사대매국정권'으로 규정한다는 점 △북한의 대남투쟁 3대 과제인 '자주·민주·통일 노선'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점 △주한미군철수, 미국전쟁책동 분쇄, 북미평화협정체결,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투쟁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이러한 한총련의 노선이 북한의 대남적화통일노선과 동일하다는 점을 한총련의 이적성을 드러내는 근거로 제시한다.

안타깝게도 사법부의 시각 역시 공안당국과 다르지 않다. 한달여 전 9기 한총련의 이적성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 제2부(주심 강신욱)는 '한총련의 연방제통일 강령이 6·15남북공동선언통일 강령으로 수정되고, 한총련의 불법폭력시위 사례가 종전에 비해 감소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한총련의 이적성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다국적제약회사의 사주를 받은 미국의 압력으로 보건정책이 좌우되고, 여중생 둘을 장갑차로 깔아뭉갠 미군을 정의롭게 법정에 세울 수조차 없는 나라를 놓고 '식민지'나 '사대매국정권'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분석의 과학성 여부를 떠나 너무도 자연스럽다. 주한미군철수나 국가보안법철폐 주장 역시 자유민주사회의 일원이라면 누구든 제기할 수 있는 요구다. 이를 두고 '이적(利敵)'이라 낙인찍겠다면, 양심있는 이들은 기꺼이 이적을 할 것이다.

한총련 이적규정의 부조리는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사실 외에 아무런 위법행위가 없어도 구속·처벌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이적 사냥은 공안검사와 수구적 재판관들의 관념이 지배하는 게임일 뿐이다. 97년 5기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 후 벌써 6년, 이미 수백여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이적단체 구성원'이라는 낙인을 받은 채 감옥에서 썩었다. 공안당국이여, 아직도 배가 고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