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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의문사 진상규명에 힘을


의문사진상규명위가 무엇인가. 폭압정권에 대항하다 희생당한 생명들에 관련된 진실을 밝히는 곳이다. 국가권력이 같은 짓을 되풀이 못하도록 역사적 증거와 교훈을 기록하는 곳이다.

그러나 인권유린으로 점철된 과거를 지배했던 자들이 현재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위원회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오는 9월 16일이면 그 활동이 끝나는 위원회를 팔짱끼고 바라보며 시간끌기를 즐기고 있는게 관계기관들의 형편이다. 더 나아가 위원회에 대한 도발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위원회의 동행명령에 불응하여 과태료 부과 대상자가 된 정윤기 영월지청장은 위원회의 결정을 '위법행위'라 비난하고 나섰다. 8개월 동안이나 출두요구를 철저히 무시하던 사람이 이의신청이나 불복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출두하여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사람이, 사건을 은폐한 장본인이 해야할 처신이 결코 아니다. 정 검사의 처신은 위원회에 대한 관계기관의 불복과 무시와 조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의 위헌성을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특혜 대상을 한정한 것은 헌법에 규정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한다. 헌변의 주장대로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헌변은 이런 주장을 의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의 진상조사 활동을 김빼기 위해 하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될 당시 정치적 타협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었을 때 왜 그렇게 주장하지 않았나? 전 한총련 투쟁국장 고 김준배씨의 죽음을 위원회가 '의문사'로 결정한 데 반발하여 '지금' 위헌성을 따지겠다는 저의가 무엇인가? 헌변이 국가권력에 의한 모든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의 의지가 있다면 위원회의 '한계적' 활동이나마 적극 지지하고, 진상규명의 확대를 위한 활동에 나서라.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로의 이행과정을 겪은 어느 나라에서나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진실규명은 큰 과제로 부각됐다. 그 경험의 차이를 떠나 확인된 교훈은 한가지다. 진실 없이는 화해도 없고, 정의의 구현 없이는 똑같은 역사적 순환을 반복할 위험을 안고 불안한 미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