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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월드컵 4강 전날, 때아닌 공권력 투입

사복경찰 180명, 병원파업 노조간부 연행시도


파업 한 달을 넘기고 있는 경희의료원과 강남성모병원에 24일 오전 대규모 사복경찰이 투입돼 노조간부를 연행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조합원들의 완강한 저항에 의해 경찰의 연행기도는 무산됐다.

이날 오전 8시40분경 사복경찰 80여 명은 전투경찰 4백여 명과 함께 경희의료원 본관로비에 진입해, 조은숙 지부장 등 노조간부 2명을 체포하려 했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여성들이고 이중 임신부도 다수 있지만, 이들은 스크럼을 짜고 격렬히 저항했다. 결국 경찰들은 40여 분만에 철수했다.

거의 같은 시간 강남성모병원에도 경찰력이 투입됐다. 오전 9시경 사복경찰 1백여 명이 노조사무실까지 들어오는 등 병원 곳곳을 훑고 다녔다. 이때 전투경찰 4백여 명이 병원로비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서 출근하는 직원들도 로비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경찰들은 조합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철수하고 말았다. 현재 강남성모병원에는 강남, 여의도, 의정부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3개지부가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 중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 등 노조간부 7명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병원 쪽은) 무노동 무임금 적용, 대량징계, 체포영장 발부, 조합원 이간질 복귀공작, 손해배상청구, 임금가압류 등 노조파괴를 노린 탄압으로 파업을 장기화시키더니 이제는 공권력 투입인가?"라며 개탄했다. 이어 "지금까지 불성실교섭과 노조탄압으로 파업을 유도하고 장기화시킨 병원 쪽이 … 지금이라도 대화와 교섭으로 파업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노사자율 교섭으로 타결해야 할 임단협 교섭에 경찰병력이 끼어들어 노정 정면대결을 불러오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경찰병력을 배치하고 도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김성주 선전국장은 "관할 경찰서만으로는 그렇게 많은 사복경찰을 동원할 수 없다"며, "서울시경 차원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월드컵 4강전이 열리는) 25일 병원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경고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경희의료원과 가톨릭계 병원 5곳 등 파업이 진행되는 병원 8곳의 사태는 월드컵 국면을 악용해 노조를 손보겠다는 사용주들의 비뚤어진 노조관에 주된 책임이 있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경 보건의료노조 염기용 울산경남지역본부장은 노조사무실에서 혼자 있다가 울산 남부경찰서 소속 경찰 3명에게 강제연행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