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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5월에만 어린이를 보호·육성하나?

정부, 시위 현장에 어린이 동행 금지 검토

이한동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연 후 정부가 1일 확정 발표한 어린이 보호․육성 종합대책에 대해 어린이날 즈음에 의례 되풀이되는 말잔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책 중엔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이름 아래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는 내용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적인 문제는 시위 현장에 어린이를 동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 정부는 대책 중 하나로 "최근 각종 시위나 집회에서 국민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경찰력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동원하는 등 어린이를 어른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어린이의 시위 동원을 금지하는 규정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석태 변호사는 "위험한 상황에서 어린이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집회 및 시위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이며 그 자체에 폭력성이 내재돼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정부가 일반적인 규범으로 금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어떤 부모가 아이를 방패막이로?

또 인권운동사랑방의 류은숙 씨는 "어떤 부모가 아이를 집회에서 방패막이로 사용하겠냐"며 "정부의 대책은 집회와 시위를 기본적으로 불온한 것으로 치부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화가 이동수 씨는 "아이들을 어디 맡길 곳이 없어 불가피하게 집회에 데리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부모가 아이랑 집회에 참가하는 걸 막으려면, 아예 정부가 나서서 집회장 주변마다 탁아소를 만들라"고 말했다.


정부, 겉치레식 대책 되풀이

이밖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다른 내용들은 새로울 것 없는 대책이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번 정부 대책 중 "어린이 권리실태를 평가할 수 있는 권리지표를 개발한다"는 내용은 이미 6년 전 유엔의 아동권리위원회가 권고했던 사항이다.

또 대책의 주요 내용들이 어린이의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사항들을 비껴나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아동학대실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는 아동학대실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상담사들은 "정부는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대한 지원을 늘려, 현장에서의 어린이 상담과 부모와 교사를 상대로 한 예방교육부터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애어린이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은 "특수교육 개념 및 장애 범주를 확장해 장애 어린이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준민 간사는 "특수교육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통합교육 속에서 장애어린이들이 소외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교사의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15세 미만 아동으로만 세대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가능한 가정위탁 또는 시설입소를 강구"한다고 밝혔는데, 어린이가 심리적 유기 상태에 방치되기 쉽다는 문제가 지적돼 온 시설수용 역시 정부 방안 중 하나로 나와 비판을 받았다.

한편, 민들레 쉼터의 최효정 사회복지사는 "근본적으로는 국가가 별도로 보호해야 할 어린이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모자 가정이나 부자 가정 등을 지원하고 가족해체를 방지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대책에는 이런 부분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5월마다 되풀이되는 겉치레 식 대책 발표보다는 어린이 보호와 육성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