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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어린이 보호·육성 종합대책'을 비판한다

5월 1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은 '어린이 보호․육성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확정․추진'이란 말이 붙은 것으로 보아 정부 부처 내 검토와 조율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소위 '종합대책'이란 것이 '확정․추진'된다면 이전 정책에 대한 평가와 계 의견수렴, 추진주체의 연속성이 종합적으로 검토됐어야 한다. '발표'에 앞서 과연 그런 과정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종합대책'의 면면을 볼 때 그런 면밀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종합대책'이란 포장에 담기기에는 충분성과 구체성에서 볼 때 내용물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어린이 권리지표 개발은 이미 96년에 유엔이 권고했던 내용이고, 복지와 관련된 내용에선 구체적인 지원책이 빠져있어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새로운(?) 점은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이름 아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이 등장한 것이다. 정부는 종합대책의 '머리'격으로 "집회나 시위 시 어린이 동원제한 추진"을 내걸었다.

집회와 시위는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보장돼있는 기본권이며, 그 자체가 불온성과 폭력성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와 사진찍기를 즐겨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어린이 동원의 천재가 아니던가.

집회나 시위 참가는 어린이에게 자연스런 시민권 학습의 장이며, 부모의 교육 양식의 하나로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가 어떤 경우에건 고려해야 할 점은 어린이의 능력발달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의견이 신중하게 고려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의 안전이란 미명하에 부모와 자녀의 동행을 "시위 동원"으로 둔갑시키는 당국은 그간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원해온 관변 행사부터 폐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종합대책의 추진을 책임진다는 '어린이보호․육성추진협의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96년에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가위원회'와 '아동복지위원회'를, 2000년에는 '아동권리조정위원회'의 구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는 아예 존재한 바가 없거나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에 따라 폐지되거나 그 활동내용이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과연 이번에 만들어지는 협의회가 정부가 이전에 언급했던 조직과 무슨 차별성이 있으며, 어린이의 권리 증진을 위해 중앙과 지역을 포괄하여 활동을 조정할 수 있는 구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협의회에 그런 수단이 보장되어 있는지 신뢰하기 어렵다.

어린이 인권을 5월에 한탕주의로 얘기하려는 한 매년 이런 식의 종합대책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린이 인권을 위해 일하는 많은 전문가와 민간단체들이 끊임없이 권고해온 내용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정말 책임지고 추진할 정부 단위를 명확히 하는 일부터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