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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6회 인권영화제와의 대화 ①

초심을 지키는 좁은 길


제6회 인권영화제가 다음달 30일 개막된다. 아트선재 센터와 작년에 영화제를 열었던 아트큐브 두 곳에서 1주일 동안 계속된다. 지난해, 5년의 경과를 돌아보면서 규모를 줄여 영화제를 치를 때 우리는 변화를 모색하겠노라고 관객과 약속했다. 소박할지라도 그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허리띠를 동여 맨 긴장으로 영화제를 준비해 왔다.

영화제가 시도한 첫 번째 변화는 먼저 내부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영화제 성수기가 되면 인력 부족으로 쩔쩔매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시적인 스텝 자원활동가 조직을 꾸렸다. 공모를 통해 모인 자원활동가들은 총 14명. 이들은 학생부터 전문분야의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자원활동가들은 매주 한 번씩 모여 업무를 분담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등 영화제의 실무를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자원활동가들의 상시적 활동은 영화제가 잃지 말아야 할 초심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된다.

인권영화제는 초기부터 돈과 인기에 기댄 행사가 되지 않으려고 재정과 실무에 있어 ‘독립성’을 유지해 왔다. 무료 상영을 지키면서도 기업에서 주는 ‘부담스러운 돈’을 멀리해 온 것이 그렇고 아무리 일손이 바쁘더라도 ‘외주’ 주는 일이 없었던 것 또한 그렇다. 인권영화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물질’로 환원되는 ‘능력’이란 없었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지는 영화제란 후원회원부터 자원활동가 참여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국내작품을 공모한 것도 이번 영화제의 새로운 시도였다. 지난 3월 2일부터 30일까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공모했으며 총 40편의 작품이 인권영화제의 문을 두드렸다. 작년 하반기부터 만들어진 독립영화를 비롯해 일반 시민과 학생들의 참여가 풍성해졌다. 영화제 내부 시사를 거쳐 최종 확정작이 이 달 중순께 발표될 예정이다.

해외작품의 최종 목록도 현재까지 19편에 이른다. 다음주 마지막 시사회를 거치면 상영작은 20편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특히 전쟁의 반인륜성을 드러내는 여러 편의 작품이 선보일 것이다.

‘인권영화제의 변화’란 무엇인가에 골몰하던 중 역설적이게도 변하지 말아야 할 원칙이 뚜렷해진다. 영화제를 준비하다 보면 유혹이 판단을 흐리게 할 때가 많다. ‘심의 거부’ ‘무료상영’ ‘인권의식’ ‘비상업’ 등을 고수하는 것은 실무를 방해하는 바리케이트 같은 것. 적당히 타협하고 넓은 길을 편안히 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권영화제는 좁은 길을 택해야 한다. 인권이 보장되는 비밀의 화원을 만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