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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뇌종양 안고 1년 이상 복역

교도소에선 '스트레스' 진단…의료시스템 정비 절실


시기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해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출소 후에야 뒤늦게 뇌종양 사실을 확인한 사람이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제주교도소에서 출소한 설모(30)씨는 8일 "출소 후 이틀만에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며 "수감 당시 1년 동안 심각한 두통과 혼절, 무월경 상태가 반복됐지만 교도소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두통약과 진통제만을 처방했다"고 밝혔다.

설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00년 5월 구속된 이후 그해 12월 손톱과 발톱 밑에 이유 없이 피멍이 들더니 이듬해인 2001년 1월부터는 심각한 두통을 겪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보이던 두통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2월에는 감기주사를 맞고 기절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월경이 멎기 시작한 것도 대략 이때쯤. 교도소 간호조무사와 의무과장은 설 씨의 이러한 상태가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통약과 진통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증상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설 씨는 올 1월 출소하기 전까지 심각한 두통은 물론, 5~6차례의 혼절을 더 경험해야했다.

제주교도소 박재홍 의무과장은 "설 씨가 자주 두통을 호소해왔고 몇 차례 실신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의무과장은 "설 씨의 경우 평소 두통약이 잘 들었고 실신했을 때 역시 30분만에 상태가 호전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스트레스로 인한 발병 이외에 특별히 다른 질병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뇌종양은 다른 질환에 비해 발병률이 낮고, CT 혹은 MRI 진단 없이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계속된 두통과 구토 △무월경증 △경련 △피부 반점 및 결절 등은 모두 뇌종양 초기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국립암센터는 이러한 증상이 발견될 경우 꼭 뇌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이상희 변호사는 "수용자가 1년 동안 별다른 차도 없이 유사한 증상을 계속 호소해왔다면 적극적으로 정밀진단 등의 진료기회를 부여했어야 했다"며 "일상을 전적으로 교도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교도소가 적극적인 진료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 씨는 지난 2월 20일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현재 방사선 및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뇌종양의 경우 완치가 어려운 데다 후유증 발생률이 높아, 설 씨의 입장에선 계속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