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고> 동암재활원 사태의 전개과정

지난해 연말 이후 전주에서는 동암재활원의 인권유린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진상규명 작업중인 ‘시민단체 공동대책위원회’의 윤찬영 교수로부터 사태의 경과를 들어본다<편집자주>.

지난 98년 11월 초, 동암재활원 직원에 의한 원생 성폭행 사건이 입건되어 언론에 보도가 난 뒤, 우연한 계기에 동암재활원생 김모 군으로부터 재활원 뿐만 아니라 동암재활학교와 동암장애인 종합사회복지관의 각종 비리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몇 건의 의문사, 계속되어 온 성폭행과 구타, 식사의 부실 및 각종 처우문제, 수영장의 돈벌이 문제 및 물리치료실 문제, 작업장의 저임금과 원생들의 임금 횡령 문제 등 그 내용을 접하는 순간 또 하나의 양지마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평소 사회복지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해 오던 전주시 의원과 전북도 의원에게 제보를 하여 도움을 청하였다.

그리하여 지난 12월 19일 시청 사회복지과에서 시의회에 동암재활원에 대한 조사 보고를 했으나 동암 측의 입장이 주로 전달되었을 뿐이며, 일부 문제를 시인하여 보조금을 환수하고 직원을 해임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으나 미흡했다. 이에 12월 21일 시의회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조사하기 위한 특위가 구성됐다. 그러자, 동암 측은 재활원 시설 폐쇄신고를 내고 시의회 앞과 동암사태를 폭로한 시의원 집 앞에서 직원과 장애인 및 그 부모들을 동원하여 항의 농성을 벌이는 등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연료비 절약 등의 이유로 2주일이나 앞당겨 조기방학을 했던 재활학교 학생들을 긴급히 소집해 농성을 진행한 것이다.

또한 동암의 교직원들이 언론과 시의회에서 증언하거나 진술한 재활원생과 재활학교 학생들을 집으로까지 찾아다니면서 진술을 번복하도록 강요하거나 회유하고 있어서 해당 장애인들은 힘든 도피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에 전북시민운동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 7개의 시민단체가 모여서 동암재활원 뿐만 아니라 동암사회복지법인 산하의 모든 시설의 비리에 대한 시민단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지난 12월 29일 시청 기자실에서 그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기자들의 거친 꾸지람(?)이 쏟아지는 등 분위기는 험악했다.


지역 여론 양분

동암측의 시설폐쇄신고를 기점으로 전주MBC, 전북일보, CBS 등이 동암의 대변인 역할을 했고 전주KBS, 전라매일, 내일신문, 한겨례신문 등이 비교적 동암의 문제를 파헤치는 보도를 했다. 이러한 연유로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동암법인 이사장인 양복규 씨를 애써 옹호하려는 측과 장애인으로서 사회사업을 한다더니 시설을 이런 식으로 운영해왔느냐고 분노를 제기하는 측으로 양분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책위 내부적으로도 인식을 공유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즉, 양지마을사건 이상으로 충격적이어야 사회적으로 쟁점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제기되어 답답함을 느끼게 한 것이다. 게다가 사회복지관련 단체에서는 자신들의 치부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행히 전북사회복지사협회가 뜻을 함께 하기로 결정을 했다.

또한 이 사태의 전개과정을 통해 공무원, 기자, 지방의원, 일반인들이 평소 가지고 있는 장애인과 사회복지에 대한 의식의 낙후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다. 장애인은 모두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았으며, 따라서 그들의 증언은 믿을 게 못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낙후된 인식들

실제로 공대위 구성 초반에는 내부적으로도 장애인들의 진술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장애인들에게 국·도·시비를 들여 숙식을 제공한 것만으로도 기본은 유지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았다. 그러므로 그러한 사건들은 우연적인 것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 점차 입증되자 동암 측의 편을 드는 언론들은 사회복지시설 일반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입장을 들고 나왔다.

장애인도 존엄한 인간으로서 인권의 주체라는 점과 사회복지사업은 돈과 어느 정도의 동정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지역사회 지도층 전반에 매우 희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사태의 해결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거대한 하나의 빙벽이다. 따라서 시민단체 공대위는 이제 이러한 거대한 빙벽을 깨뜨리는 싸움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