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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환경미화원, "약속은 지켜야지"

안산시청, 청소대행업체 편들기 의혹

안산에서는 6일 환경미화원 5명이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가 다음 날인 7일 오후 풀려나는 일이 있었다. 안산시청에서 이천희 씨 등 5명을 건조물 침입 및 퇴거명령 불응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연행 당시 미화원들 중 3명은 피켓을 들고 시청 정문 앞에 서 있었고, 1명은 마스크를 사러 가고 있었고 나머지 1명은 카메라를 찍고 있었다. 7일 오후 경찰에서 풀려난 이 씨는 "평화적인 시위였는데, 긴급체포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하며, 시청 앞에서 왜 시위를 하는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안산시의 미화원들로 구성된 경기도노동조합 안산분회 조합원들이 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한 것은 지난 달 24일부터다. 이 씨는 "지난 해 8월 28일의 노사합의를 청소대행업체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행정조치를 안산시청에 요구하기 위한 시위"라고 설명했다.

지난 해 3월 27일 미화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청소업체는 그 중 21명에게 해고 내지 정직을 통보하고 노조 탈퇴를 요구했다. 5월 3일 미화원들은 노조 탄압 중지와 더불어 임금 횡령 등 청소업체 비리 근절과 임금 원상 회복 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안산 내 8개 청소업체들은 행정자치부의 임금기준 이상의 임금을 미화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청소대행 계약서에 규정돼 있는데도,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안산시의회의 청소업체 감사에서도 밝혀졌는데, 2000년도의 경우 시청과 청소업체 간 계약서 상 임금은 34억여원인데, 미화원들에게 지급된 총 임금은 21억여원 뿐이었다. 미화원 1인 당 월 평균 3-40만원 가량을 덜 받은 것이다.

그러나 청소업체는 미화원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5월 중 세 차례나 청소차량의 열쇠를 주지 않고 차고지의 출입구를 막는 등 고의적으로 미화원들의 청소업무를 중단시켰다. 이어 6월 19일부터는 외부용역경비원들을 동원해 미화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직장폐쇄를 실시했다. 시청 공무원들도 미화원들에게 민주노총에서 탈퇴하라며 노동탄압을 거들었다고 경기도노조는 밝혔다.

가까스로 8월 28일 청소업체들과 미화원들은 안산시 환경건설국장이 입회한 가운데 합의를 맺었는데, 내용 중엔 그간 발생했던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고 청소업체의 임금 횡령을 중단케 하는 조처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테면, 청소업체는 청소대행 계약서에 명시된 임금 기준에 비추어 적게 지급한 임금에 대해 2001년 1월 치부터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 또 6월 19일 이전 정직자 전원에 대해 청소업체가 정직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용역경비원을 철수시킨다든지 3월 27일 이후 통보된 해고를 철회한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

그러나 김인수 경기도노조 법률 국장에 따르면, 합의서의 주요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업체에서 일하는 최석준 씨는 "소급해서 받아야 할 임금분을 제대로 못 받은 것은 물론, 현행 임금도 여전히 용역원가 산출 임금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했다. 또 정직 기간의 임금을 아예 주지 않은 업체도 있고  업체는 3개월 정직에 총 50만원만을 주었다고 한다. 미화원들이 시청 앞에서 '8월 28일 합의서 이행'을 요구하며 시위를 진행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청소업체들에 대한 감독권을 지닌 시청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밖에 60세 넘어서까지 일을 하던 관례를 깨고 갑작스레 취업 규칙 상 정년이 53세로 바뀌었다며 지난 1월 2명을 해고한 일, 청소차량 기사로 일하던 윤창희 씨를 상차(폐기물 수거 미화원)로 배치한 일 등도 이번 시위의 배경이 됐다. 이 두 사건은 노조에서 모두 노동부에 진정을 내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한편, 시청의 청소사업소 안봉준 계장은 "합의서는 모두 제대로 이행됐고, 청소업체에 대한 감사도 분기별로 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6일 있었던 경찰의 미화원 연행 건에 대해서도 "미화원들이 자꾸 시위를 하니까 총무과에서 경찰에 고발한 것"이라며 별 일 아닌 양 답했다.